그룹 지원 등에 업고 명가 위상 찾아…초대형 IB 탈바꿈 시동

▲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전경(사진제공, 하나금융투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하나금융투자(이하 하나금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00년대 이후 경쟁사들이 규모를 키우며 성장할 때 숨죽여 관망하던 하나금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그 동안 은행 등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없이 각자도생하는 분위기에서 지난 2016년 3월 이진국 사장의 취임과 함께 그룹 지원을 등에 업고 자산관리(WM)강화와 초대형IB 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그룹 시너지로 자산관리 명가 위상 되찾아

“하나금융투자는 KEB하나은행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하고 체계를 정비해왔다. 새롭게 도입한 골드클럽이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로 선도적 입지를 굳히길 바란다.”

하나금투 이진국 사장이 지난해 8월 KEB하나은행의 자산관리 브랜드 ‘골드클럽’을 도입하면서 남긴 말이다. 자산관리(WM) 업계에서는 이날 하나금투가 하나은행과 자산관리 브랜드를 공유한 일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WM본부장은 “대한민국 1세대 PB하우스인 보람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노하우가 하나금투로 이식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브랜드를 같이 쓰는게 아니라 그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의 통일성 유지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적 변화와 상호교류가 뒤따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각 은행이 자신들의 자산관리 브랜드를 관리하는데 쓰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때 다른 그룹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 강력한 리서치조직으로 법인영업 강화 및 그룹 리서치 역할

하나금투는 지난해 말 리서치센터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리서치팀’과 ‘코스닥벤처팀’을 신설해 60명대의 조직 인원을 10명 이상 키우며 70명대로 확대했다.

하나금투의 리서치에 대한 투자는 역사가 오래된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리서치전문가인 김영익 박사를 2007년 영입해 그가 서강대 교수로 떠나기까지 3년 반 동안 리서치 인력과 조직 강화에 노력했다. 현재 리서치 수장을 맡은 조용준 센터장은 ‘가치투자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로 중국 교통대학교 관리경제대학원에서 중국 시장을 연구하며 하나금투의 중국 리서치 바람을 몰고오기도 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하나금융연구소가 경제 전반의 거시환경을 분석하며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하향식(Top-Down) 리서치를 한다면, 하나금투 리서치센터는 각 산업별 미시적인 분석을 통해 상향식(Bottom-Up) 리서치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리서치센터를 비용부서로 볼 것이냐 수익부서로 볼 것이냐는 CEO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며 “하나대투의 경우 법인영업을 활성화시키는 엔진으로 보고 CEO가 힘을 실어주니 연일 애널리스트가 줄어드는 업계 현실에서 부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신한증권 재직 시절 법인영업본부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이진국 사장은 이러한 양자간의 시너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CEO라는 평이다.

2016년 3월 대표이사 취임 전 사외이사로 일했던 이진국 사장은 취임 전 이미 어떻게 조직을 바꿔놓으면 좋을 지 구상을 마쳤다. 취임 반년만인 2016년 말부터 법인영업 조직 개편에 들어가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탈바꿈시키고, 이름도 ‘홀세일본부’로 바꾸며 강민선 본부장을 영입했다.

강본부장은 ‘공부하는 법인영업’을 기치로 단순히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한 영업이 아니라 섹터별 스터디와 외부 강사 초빙 등을 통해 지식으로 무장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컨설팅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 리서치와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지식의 습득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것이 하나금투 관계자의 설명이다.

◆ 자본 확충으로 초대형 IB 시동 걸어

하나금투는 지난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 IB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로써 2조원에 머물던 자기자본이 3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각사가 초대형 IB경쟁에 돌입한 현재 하나금투 또한 그 경쟁에서 도태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자본을 키워야한다는 것은 지상과제지만, 무조건 규모를 키우기 보단 커진 체력에 걸맞은 수익을 만들며 단계적으로 간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이미 방향성은 정해졌고 그룹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하나금투의 실력으로 이를 실현시키는 일만이 남았다”고 전했다.

하나금투는 ‘초대형 IB에 맞설 수 있는 Big5 기반 구축’이라는 전략목표를 세우고 '정체를 넘어 정상을 향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구호가 공허하지 않은 것은 당기 순이익이 2016년 세후 765억원에서 2017년 1226억원, 2018년 1743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건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수장인 김정태 행장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하나대투증권의 CEO를 맡았던 영향도 크다.

규모나 수익으로만 보면 그룹 내 위상이 은행만 못하지만 선진 IB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진 김정태 회장이 증권에 대한 투자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2016년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오른 이진국 사장이 김정태 회장과의 인연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한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평이다.

한 증권사 CEO는 “그룹과의 커뮤니케이션만 좋고 능력이 없으면 낙하산이지만 업(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지원까지 받으면 금상첨화”라며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의 케이스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나금투의 기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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