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같은 해 11월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 선언, 12월 일어난 ‘일본 초계기 갈등’ 사건까지 겹쳐 정점을 찍는 추세다. 양국 간 ‘복합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와 역사 문제의 분리 대응, 정상 간 큰 틀에서의 해결 등이 요청되고 있다. 현실은 아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 관계가 오는 28, 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G20 정상회의 기간엔 각국 정상의 양자 회담이 이어지지만, 주최국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는 정상회담 일정을 결국 잡지 못해 갈등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북핵 대응 등을 두고 일본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일 양국에 협력을 촉구하는 미국은 난감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로선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 측이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제, G20 정상회의 기간 현장에서 일본이 준비돼 만나자고 요청이 오면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晉條) 총리를 만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 정도다.

일본은 혹 국내정치용으로 이 같은 억지를 부리고 있지 않은 지 자성하길 바란다. 지난해 11월 아베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강경 입장을 내놓자 지지율이 50%까지 상승한 게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은 우리 해군 함정이 자국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지난 22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전보다 4.2%포인트 상승한 47.9%를 기록했던 것이다. 정치권과 달리 양국 국민들은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27.6% 늘어난 294만8천527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19.0%를 차지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다음 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악화된 반한(反韓) 분위기 속에 한·일 정상회담을 무리해 성사시킬 경우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까 봐 소극적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죽하면 지난 5월 “한·일 모두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요즘은 일본이 그런 문제를 자꾸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문제를 증폭시켜 아쉽다”며 일본을 겨냥했겠는가.

여하튼 한·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 옷의 띠만큼 좁은 간격을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마땅히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개선되면 호혜정신으로 공동발전 할 사이다. 일본은 레이와(令和) 시대에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여는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아베 총리는 옹졸함을 벗고,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게 도리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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