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 이어 일부 총수와 독대

▲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와 예정에 없던 심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입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와 예정에 없던 심야 간담회를 가졌다. 글로벌 경제 현안 등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6일 오후 8시쯤 서울 한남동 삼성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합동 간담회를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낮에 열린 청와대 만찬 후 경호 차량을 이용해 승지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지원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살던 한옥을 아들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4대 그룹 총수들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도 참석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인사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참석 일정 때문에 오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 가운데 일부는 시내 한 호텔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1대 1 미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번 방한 기간에 한국 재계 인사들과 소통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간담회는 빈 살만 왕세자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총수 그룹을 만나 최근 글로벌 경제 현안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전자 공장 방문도 검토할 만큼 이 부회장이 제시해 온 AI(인공지능), 5G,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반도체 등 혁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한국의 제1의 원유 공급국이자 중동 국가 중 최대 경제협력 대상국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실세 왕족이며 사우디 차기 왕위 계승자다.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탈석유 경제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선도 기술 투자를 기조로 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참석한 5대 그룹이 ICT와 자동차, 에너지 및 제조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들인 만큼 실질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방한기간 삼성전자 공장 방문도 한때 검토했으나 일정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재계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을 계속 요청했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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