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야쿠르트 생산 시작 …유산균과 함께한 50년
여성 일자리·청소년·홀몸노인 지원 사업에도 앞장

▲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사진=한국야쿠르트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한국야쿠르트 윤덕병 회장이 지난 26일 오전 7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윤 회장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유산균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꼽히고 있다.

윤 회장은 1969년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셔봤다는 국민 간식 '야쿠르트'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 판매한 국내 유산균 발효유의 아버지다.

▲ '유산균 발효유의 아버지'…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히트

1927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우리나라 축산의 미래가 우유 가공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유산균 발효유 사업을 시작하고 한국 야쿠르트를 설립했다.

야쿠르트 판매 방식으로 방문 판매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채택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70년대 당시로는 획기적인 판매 방식이었다. 이는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1971년 47명에 불과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1998년 1만명까지 늘어났다. 유통 역사의 신기원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최고의 판매 조직으로 성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구조 속에서도 50년간 변함없이 같은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로 바꾸고 세계 최초 이동형 냉장 카드 '코코'를 도입, 활동성을 높였다.

윤 회장은 유산균 국산화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자체 유산균 개발을 위해 1976년 식품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건설했다. 이후 20년 만에 독자적인 자체 유산균을 개발에 성공했다. 중앙연구소 현재까지도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유산균 연구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장학재단 설립도

윤 회장은 사업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 지원에 아낌이 없었다.

그는 평소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이웃에게 도움을 줄 때 이 세상은 좀 더 따뜻해 질 것"이라며 양로원과 보육원 등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했다. 창업 초기부터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 '사랑의 손길 펴기회'에는 이러한 윤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

윤 회장은 장학 재단을 설립하며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개인 재산을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우덕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홀몸노인 돌봄 사업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거주 시설인 '나눔의 집', 저소득층 지원 사업 등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사회 공헌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30억원의 출연금으로 사회복지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웃을 위해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한 노력을 인정받아 1988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2년 '보건 대상 공로상', 2008년 '한국경영인 협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상' 등을 받았다.


▲야쿠르트부터 간편식까지…국민 식음료 기업

한국야쿠르트는 국민 건강 증진을 이념으로 둔 만큼 유산균 보건 음료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쿠르트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과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 등 히트 상품도 잇달아 출시했다.

2016년에는 커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6년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를 통해 RTD(Ready to drink) 커피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현재는 원액을 그대로 담은 액상 스틱형과 핫브루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선보인 가정간편식(HMR) '잇츠온(EATS ON)'을 중심으로 1인 가구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잇츠온은 반찬과 국, 탕, 찌개 등을 소비자가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 제품으로 간편식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잇츠온 제품은 기존 발효유처럼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공급된다.

윤 회장은 별세했지만 한국야쿠르트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전문 경영인 체재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이며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8일. 유족으로는 부인 심재수 씨와 아들 호중 씨, 딸 혜중, 화중, 귀중, 정원, 귀영 씨가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