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에 대해 하이에크는 "한 때 우리는 개인이 종교를 선택할 수 없었다. 종교는 교황이나 왕, 제후 등 군주가 결정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통치자가 우리의 종교를 결정하지 않는다. 화폐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내년에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발행계획을 밝히면서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암호화폐업계가 다시 한 번 들뜨고 있다. 실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4억명이 되는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암호화폐 역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민주적 과정을 통해 기관장이 인선되고 활동을 통제받는 중앙은행과 달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리브라의 거버넌스(지배구조)체제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마커스 리브라 총괄 책임자는 "리브라 최고 집행 임원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같은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며 "당국이 원하는 상세한 검토와 조사는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다. 우리의 설명을 듣게 되면 당국자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리브라가 암호화폐의 원래 이상대로 탈중앙화 화폐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인지, 사용자수와 보유 정보량에서 기존 중앙은행을 뛰어넘는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예속의 길'을 인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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