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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리브라 앞에 놓인 두갈래 길
  • 이욱신 기자
  • 승인 2019.06.30 16:07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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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현재 세계경제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이론의 비조(鼻祖)인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모든 정부 개입을 죄악시했다. 합리적 개인의 이성적인 판단이 모여 시장이라는 자율적인 질서가 형성됐는데 정부가 개입하면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개입하면 자유인이 '예속으로 가는 길(The Road to Serfdom)'에 접어드는 것이라며 책을 써 가며 성토했다.

하이에크의 펜 끝 아래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질서의 근간인 중앙은행 발행의 단일화폐제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찍이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이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가장 사악하고 확실한 수단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화폐가치를 낮추는 일"이라고 일갈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현대 정부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통화제도를 엄격하게 관리·통제하는데도 하이에크는 반대로 자유통화 발행을 주장했다.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에 대해 하이에크는 "한 때 우리는 개인이 종교를 선택할 수 없었다. 종교는 교황이나 왕, 제후 등 군주가 결정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통치자가 우리의 종교를 결정하지 않는다. 화폐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내년에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발행계획을 밝히면서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암호화폐업계가 다시 한 번 들뜨고 있다. 실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4억명이 되는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암호화폐 역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민주적 과정을 통해 기관장이 인선되고 활동을 통제받는 중앙은행과 달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리브라의 거버넌스(지배구조)체제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마커스 리브라 총괄 책임자는 "리브라 최고 집행 임원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같은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며 "당국이 원하는 상세한 검토와 조사는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다. 우리의 설명을 듣게 되면 당국자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리브라가 암호화폐의 원래 이상대로 탈중앙화 화폐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인지, 사용자수와 보유 정보량에서 기존 중앙은행을 뛰어넘는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예속의 길'을 인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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