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마라탕 가게 앞에 간다. 줄을 선다. 기다린다. 먹는다. "아 나도 이런 가게 하나 차릴까." 흑당라떼 카페에 간다. 줄을 선다. 기다린다. 마신다. "아 나도 이런 카페 하나 차릴까."

단짠단짠 순서로 배를 채우고 나면 어김없이 창업에 대한 의욕이 샘솟는다. 어제도 줄을 섰는데 오늘도 긴 행렬이 이어져 있다니 어쩌면 '대박'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번화가 거리 몇 미터마다 하나씩 생겨난 흑당라떼 입간판을 보면서도 "왜 진작 이 아이템을 몰랐을까"하는 부질없는 후회만 반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창업'이라는 달콤한 말로 후회를 현실로 만들어준다. 대표적인 후회의 아이콘은 바로 '대만 카스테라'다. "대만 카스테라 가게가 망해 갖고 빚을 졌어요" 영화 '기생충'에도 관련 대사가 나온다. 특정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 너도 나도 유사한 가게를 여는 '미투(Me too) 프랜차이즈'의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대만 카스테라는 한때 가맹점이 전국에 수백 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창업(創業)을 어학사전에 검색해보면 '사업 따위를 처음으로 이루어 시작함'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이는 다시 토대, 설립이라고 부른다. 포털사이트 지식 백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현실화하는 방안'이라고 정의했다.

'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종종 '창업 박람회'로 둔갑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나의 아이디어로 창조한 사업이 사전적인 의미의 창업인데, 모든 레시피와 노하우 등을 전수받거나 베낀 가게가 과연 창업일까.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포화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가맹산업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해 기준 총 6052개로 가맹본부는 4882개, 가맹점은 24만3454개로 나타났다. 이 중 75% 이상이 외식업이다. 영세 업체끼리 과당경쟁에 빠지니 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더기 폐업을 막기 위해 직영점을 1개 이상 1년 이상 경영한 브랜드에게만 프랜차이즈 자격 요건을 부여하는 관련 법안도 발의 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프랜차이즈를 오픈하는 것은 창업이 아니라 개업(開業)이다. 상권 분석 및 브랜드 마케팅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님' 호칭에 빠지면 사업 실패로 향하는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혹시라도 먹거리 장사를 할 생각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100년이 가도 사라지지 않을 메뉴를 선택하라고. 대박보단 꾸준함을 선택하라는 의미다. 흥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망하는 사람은 대다수가 되는 미투 프랜차이즈를 생각하면 한 개인의 의견이지만 일리가 있다. 일부러 반짝 대박을 노린 것이 아니라면 새겨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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