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일부 소재 수출을 4일부터 규제하고 나서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히면서 관련 업계와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 소재 원천 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것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에도 걸맞지 않는, 합리성이 결여된 일본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유사시 대비를 하지 못한 우리도 자성할 게 적잖은 것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한 플루오린(불소)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3개 품목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분야의 소재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미래를 위한 실천 계획’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 우리의 최첨단 산업 수준은 미약하다.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적응’ 속도가 경쟁국보다 느린 것이다. 예컨대 직원 250인 이상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33.6%에 그친다. 2017년 통계값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중 19위다.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실정이 이러니 오죽하면 “한국은 더 이상 정보기술(IT) 강국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한국 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손가락에 꼽히는 요인은 인재 부족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무역 불균형의 개선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기술패권 전쟁이라는 해석이 많다. 엄밀히 따지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사옥을 옮길 정도로 AI 인재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들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고 교육을 대폭 강화하면서 시장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아니다. 기업들은 AI 인재를 찾을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각종 규제로 컴퓨터공학과 인재를 늘리지 못하면서 AI 인재 기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우리 산업의 구조 개편의 기회로 삼아야겠다. 정부와 정치권, 산·학·연이 지혜와 힘을 모아 ‘세계 표준 기술독립’을 이루자. 시간이 많지 않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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