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빈부차는 국민통합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범죄 유인 등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에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줘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제가 적잖다. 예컨대 한국의 관리자 자녀는 절반이 관리자가 되고, 육체노동자 자녀는 25%만 관리자가 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소득 가구로 이동하는데 5세대가 걸려 OECD 평균(4.5세대)보다 길게 나타났다.

상위 10퍼센트가 부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높은 비율이다. '금수저는 대를 이어 금수저'이고 '흑수저는 대를 이어 흑수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져선 안 된다.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강연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계층이동이 단절된다면 결국 혁명을 통해 사회를 뒤집어야만 변화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며 계층의 단절 문제가 곧 경제위기라고 진단하고 있음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자청했다. 신선한 충격이다. 조지 소로스와 페이스북 공동설립자인 크리스 휴즈를 비롯 미국의 억만장자 19명이 "전체 미국인의 1%에 해당하는 부자 가운데 10분의 1에 해당하는 우리에게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새로운 세수는 미국의 중산층 또는 저소득층이 아니라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나와야 한다면서 내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공화당·민주당 주자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들은 편지에서 부유세가 저소득층 복지, 경제발전, 보건의료 개선, 기회균등, 기후변화 대처, 민주적 자유 강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유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여론도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5000만 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에게 연간 2%,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3%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여하튼 지도층이 공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을 비롯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장성의 아들들은 모두 142명, 그 가운데 35명이 전사했다. 한국전에서의 미군 전사자는 모두 5만 4000여명, 부상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4일 독립기념 243주년을 맞는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이 된 저력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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