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교수, "미·중 마찰,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 싸움"
"중국 정부의 발전 전략·시장 특성 면밀 분석해 대응해야"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종걸(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만안) 의원과 한중문화협회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미·중 통상마찰과 한국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제 17회 한중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연구소장)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싱가포르나 노르웨이처럼 유연하게 외교를 하되 자신만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건드리면 많은 비용이 드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연구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미·중통상마찰과 한국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제 17회 한중포럼에서 이같이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 외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한중문화협회장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종걸(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만안) 의원과 한중문화협회가 공동 개최했다.

이날 이 교수는 "싱가포르는 개방, 자유무역, 통행의 자유 등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을 지키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동조하지 않되 지역질서를 비평화적, 물리적 방식으로 해쳐서는 안된다며 중국의 대외팽창도 경계했다"며 "노르웨이도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 자국산 연어 수입이 6년간 금지됐지만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미·중 통상마찰이 격화된 원인이 양국간의 4차산업혁명시대 데이터 플랫폼 선점 경쟁에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중국 광군제(光棍節·매년 11월 11일 열리는 중국의 최대 할인행사)때 13억건이 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3일만에 배송완료했다. 미국에서는 보름, 영국에서는 넉달이 걸릴 일이다"며 "중국은 10억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대량의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통해 대규모 물류배송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 5세대(5G) 이동통신시대에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미국이 화웨이를 통한 5G 이동통신 발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고 과거 대공황 시절에나 했던 관세 부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과거 플라자협정으로 일본을 억눌렀던 이유 중의 하나인 과학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 19세기에 했던 이민유입 제한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중국은 '우리에게도 발전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의 견제 속에서 5G시대에 단번에 도약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신기술 냉전, 체제경쟁, 담론경쟁에 대비해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012년에 20%가 넘었지만 지난해 열심히 노력해서 0.8% 수준이 됐다. 중국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며 "현대자동차나 롯데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제품경쟁력이 떨어져서 시장을 잃었다"고 지적한 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중국 정부의 발전 전략과 시장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만의 새로운 가치사슬체계를 정립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걸 의원은 "미·중갈등은 통상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최근 유례없는 무역규제가 시작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판문점 월경을 하면서 남북관계는 평화 국면으로 가는 길이 회복되고 있다. '뉴노멀(새로운 정상상태)'이 정립돼 가고 있는 줄 모르겠다. 하지만 최고의 국제정치 전문가들도 향후 전망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 최근 국제 정세를 평가했다.

이영일 전 한중문화협회장(전 국회의원)은 "무역전쟁에 가까운 미·중 통상마찰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더 이상 견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정치적으로 미국의 세계 선도 방향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성에 대해 양해를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는 "과거 1980년대 말 우리나라가 미국 통신사 AT&T 통신장비를 안쓰고 국산화하니 미국에서 통신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 조치를 언급했다. 그 때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체급과 체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화웨이 장비든 미국 장비든 우리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반 화웨이 움직임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말고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중심을 잡을 것을 촉구하는 견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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