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이 강경 대응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근접비행에 따른 양국 간 ‘복합 갈등’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일본 정부가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일본정부가 정치적인 문제에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데 대해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일본 정부의 통상 정책 근간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염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국내 전자업계는 초비상이다. 일본에서의 수입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발이 크다. 당장 한국 내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퍼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는 ‘일본제품 사지말자’, ‘일본여행도 가지말자’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일본이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사과 한마디 없어도 그냥 일본제품 사주고 일본여행 가니 한국인들을 ‘호구’로 여겨 저런 행동까지 서슴없이 한다는 요지의 글들이 수없이 게재되며 공감을 사고 있다.

사실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규범에도 맞지 않는 행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미국,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로 지정해 첨단재료 수출시 허가 심사를 면제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다. 한국기업 ‘골탕 먹이기’를 넘어 한국경제 ‘옥죄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 모든 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일본이 당시 자행한 인권유린과 살육 등에 관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일임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기술 보복’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 없다. 문제는 한·일 모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이번 아베 정부 조치는 ‘양패구상(兩敗構想·둘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이라고 평가한 바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효적 해법이 요청된다. 이번 일은 민간 기업이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적·정치적’ 이슈다. 대한민국 정부와 경제단채, 기업이 나서 해결하길 바란다. ‘맞대응’ ‘상응조치’ 등의 강경 반응을 하면 속은 후련하겠지만 오히려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관료와 재계·학계 등 인맥을 총동원해 사전조율 후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일본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마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출장 중이다. 해결방안을 담은 정부 입장을 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도 한·일의원연맹 채널 등을 동원해 거들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재자 역할에 나서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간 연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상호 공세 자제와,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길 기대한다. 여하튼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일본의 반성과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성숙한 자세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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