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말을 남긴다. 70여 년 전 해방공간을 보자. 북에는 소련군, 남엔 미군이 진주했다. 한반도의 민초들은 광복 아닌 광복을 맞았다. 백범 김구 선생으로 상징되는 충칭(重慶)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헌신적인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건만 스스로 쟁취하지 못한 광복, 열강에 의해 주어진 해방이었다.

36년간 일제의 지배를 당한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고, 일본의 재기마저 두려워했다. 그래서 남은 유행어가 “소련놈에 속지 말고 미국놈 믿지 마라. 일본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되(다시)나온다. 조선사람 조심해라.”라는 경구가 돌았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열강들은 건재하고, 한반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아픔을 간직한 채!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육ㆍ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힘은 여전하다.

■한반도 분단 바라는 日 극우층

미·중·일·러는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동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국제외교에서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선 국민 화합이 긴요하다. 갈등과 반목에선 국익을 챙기기는커녕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의 ‘검은 저의’를 경계해야 한다. 근래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보듯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바탕한 통일한국 비전을 꿈꾸는 시점에 아베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로 대표되는 극우파 일본지도층의 남북통일을 막으려는 작전이 시작됐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결정한 것은 첫 신호라고 하겠다.

왜일까. ‘한국 힘빼기’다. 아니 ‘남북 분단구조 영구화’ 노림수가 번뜩인다. 아베 정권은 한반도의 현상황을 즐긴다. 남북이 나뉘어져 있어야 일본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음이다. 언젠가 남북이 하나가 된다면 일본으로선 통제할 수 없는 한국이 출현하는 것이기에, 현재까지 일본 보수의 비주류인 극우 세력은 어떻게든 한국을 일본 영향 밑에 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니까 ‘한국을 망가뜨리자’ 이런 식으로 나온 게 이번 핵심 부품 및 소재 수출 규제라고 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일부 극우 언론을 이용,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헌법 개정 구실로 삼고 있다. 희한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 이유로 '해당 폼목이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예의 없이 용맹만하면 강도” 교훈

집권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 대행은 BS후지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물질의) 행선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안이 발견됐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 건 단적 사례다.

물론 일본 최대 유력지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정상적인 언론과 보수층은 남북통일과 한·일 협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일본의 보수 세력에서 완전히 비주류이고 1945년 당시의 집권세력이 부활한 행동을 하고 있다. 가계 자체도 그렇다. 아베 총리 고향은 정한론의본거지 야마구치(山口)현으로 이토 히로부미와 고향이 같다.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전쟁범죄자이다. 이런 게 모두 연결돼 현재 아베 총리가 ’일본은 전범국이 아니다, 침략국가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이 반성없는 침략국가가 맞다‘는 것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나라가 한국이기에 한국을 계속 때릴 수밖에 없는 게 아베류 극우세력인 것이다.

‘논어’는 “군자가 용맹하기만 하고 예의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히고, 소인이 용맹하기만 하고 예의가 없으면 강도가 된다(君子有勇而無禮爲亂 小人有勇而無禮爲盜).”고 가르치고 있다. 오만방자하지 말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춰 살아야만 ‘윤기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훈육이다. 아베류 우익조(右翼鳥)들이 새겨듣고 참회하길 바란다. ‘세계 3위’ 일본의 국력에 걸 맞는 국격을 갖는 길이다.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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