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금까지의 선진국 추격형 패스트 팔로우를 탈피, 혁신 선도형 퍼스트 무버로서의 산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일부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핵심 부품 소재 원천 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점을 자성, 이번 기회에 특정 품목이나 국가에 대한 기술 및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등 산업구조 전반에 걸쳐 대전환이 시급하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시대 무역질서 재편 등 거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교역질서 변화는 수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빈약한 내수경제 기반 등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경제의 질적 구조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산업정책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데 모든 정책 역량을 결집할 때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주소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은 아니다. 핵심 기술은 일본 의존이 극심한 상태다. 예컨대 한국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냈지만, 그에 필요한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일본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재부품에서 일본과 무역수지는 67억달러(약 7조 8000억원) 적자다. 지난해 연간으론 151억달러(17조 7000억원) 적자로, 지난 5년간을 보면 763억달러(89조 4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보면 9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상반기 대일 무역수지 적자 99억달러 가운데 소재·부품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미래를 위한 실천 계획'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 일본에 '기술 예속'된 상태다. 수치가 잘 보여주고 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후 우리의 대(對)일본 무역수지 누적적자액이 총 6046억달러(약 708조원)다. 충격적인 액수다.

산유국도 아닌 일본과의 교역에서 이처럼 적자가 큰 것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대한 기술력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거기에 필요한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재·부품 기술력을 키우지 않은 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몸집만 불려왔다. 결국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하지 않을 경우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충격을 받는 구조다.

실정이 이렇기에 이번 위기를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도를 높여 나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일본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본을 이기는 방법인 것이다. 재정과 제도를 뒷받침해 첨단기술 인재 육성에 나설 때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게 뒷받침한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사옥을 옮길 정도로 AI 인재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들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고 교육을 대폭 강화하면서 시장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아니다. 기업들은 AI 인재를 찾을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각종 규제로 컴퓨터공학과 인재를 늘리지 못하면서 AI 인재 기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우리 산업의 구조 개편의 기회로 삼아야겠다. 정부와 정치권, 산·학·연이 지혜와 힘을 모아 '세계 표준 기술독립'을 이루자. 그때가 '진정한 광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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