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보안 검증 강화…장기적 기술 독립 이뤄야"
"중국 메모리 굴기, 원천기술 개발 초기술격차로 대응해야"

▲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와 바른미래연구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4간담회실에서 공동으로 '신냉전과 기술안보Ⅱ-한국의 전략과 과제, 그리고 우리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운데)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맹국들에게 보안상의 이유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 대신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단기적으로 중국산 통신장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보안 위험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관련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기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와 바른미래연구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4간담회실에서 공동으로 '신냉전과 기술안보Ⅱ-한국의 전략과 과제, 그리고 우리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화웨이 사태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이날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고 언제라도 감시 장비나 사이버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중국 화웨이 제품처럼 보안상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제품/부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비를 통해 첩보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하고 위반시 보상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 계약 조건을 강제해야 한다. 또한 백도어나 멀웨어를 통한 공격개시를 조기에 탐지하고 피해를 지연시키고 차단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 설계 및 적용을 제조사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분석하고 매년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화웨이 제품 전용 평가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라며 우리 정부도 이를 참고할 것을 권고한 뒤 "단기적으로는 CC인증(Common Criteria·국제 정보통신 보안 표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기술 검증 역량을 강화해 보안상 안전한 제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칩, 프로세서, 운영체제 등 주요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기술 보안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보안 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용이하고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60%를 소비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많아서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솟음)'를 선언하며 국산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은 대부분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다방면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나 중국 정부 당국의 자국 제품 우선 채용 요구 등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제조기업들은 지난 2010년 초 발생한 반도체 치킨게임(끝장 대결)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살려서 중국 기업이 생산가능한 제품보다 기술 격차가 큰 제품을 선제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는 기술 초격차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아울러 반도체 제조기업과 제조장비, 소재 분야 등 후방산업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원천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반도체 제조 신공정에 우리 제품이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아베 일본 수상이 '일본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제품의 행선지가 묘연하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전보장 우호국)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를 가상적국처럼 묘사했다. 또한 주한 미 대사가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마라' 말하고, 중국에서는 삼성,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계속 팔아라'고 하는 등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에 놓여있다"며 "우리나라가 GDP(국내 총생산)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세계 1위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에 대해 투자를 계속 늘려 기술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은 "오늘날 미·중 사이에서 이뤄지는 군사, 경제, 무역 등 분야의 경쟁과 다툼은 21세기 패권전쟁"이라며 "한국은 양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줄곧 선택을 요구받고 결단을 강요당하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칼 없는 전쟁'으로 표현되는 경제 관계에서 현 정부의 대응은 혜안은 커녕 방향도 제대로 못 잡고 있다"며 "독일, 영국 등은 정부의 든든한 방어막 속에서 기업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비교한 뒤 정부가 신냉전 시대에 더 적극적인 기술안보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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