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은 제조업이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생산, 고용, 수출 등 경제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이기에 제조업의 어려움은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그런데 국내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제조업이 지난 20년간 글로벌 성장 업종에서는 점유율이 떨어진 반면 성장력이 떨어지는 쇠퇴 업종에선 오히려 상승하는 등 '산업 신진대사'가 역류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주력 업종의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일부 업종에 대한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성장엔진'마저 식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팔리지 않은 물건이 계속 쌓이면서 재고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이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 생산능력은 10개월째 하락해 1971년 이후 가장 긴 내림세를 보였다. 생산과 투자도 석 달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반도체·자동차·석유정제 등 대다수 주력업종에서 재고가 누적되고 생산능력이 떨어지며 제조업이 '그로기'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제조업을 버텨주던 게 반도체인데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산업 전체가 부진한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주력 업종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일부 업종에 대한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제조업 기반 붕괴에 따른 '성장엔진'마저 식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학 두뇌들의 모임인 공학한림원이 최근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의 구조전환'을 주제로 설문한 결과, 5명 중 3명(60.5%)이 제조업이 향후 5년 이내에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게 뒷받침하고 있다. 대다수 응답자는 신(新)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키우는데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 우리 경제가 앞으로 5년 안에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10년 후엔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신산업·벤처 등 혁신성장 정책과 더불어 전통 제조업 혁신을 또 다른 산업정책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바 있다. 올 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작성한 '제조업 르네상스' 보고서는 제조 산업 생태계의 뿌리인 노동과 일터를 혁신해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방향은 옳지만 현실과 거리가 있다.

획기적인 전략 변화를 통해 '제조 코리아'의 위상을 되찾아야겠다.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에 강한 선진국은 제조업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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