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최악이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소원해진 적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경제 사활'이 걸릴 정도로 갈등이 심화된 사례는 처음이다. 뜬금없이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미국,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로 지정해 첨단재료 수출시 허가 심사를 면제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신뢰 결여, 안보상 이유' 등을 들어 수출 규제에 나섰다. 미국 중국 등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일본 정부의 통상 정책 근간을 위협하고, 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깊다.

대(對)일본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외교적·정치적' 이슈인 만큼 다각적 채널을 통해 조기 수습을 하는 게 옳다. 우리 정부와 경제단체, 기업이 나서 해결하는 방안이다. 마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출장 중이다. 해결방안을 담은 정부 입장을 전하는 '사절'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당국이 적극 나서고, 국회 등도 지원해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양자 협의 요청에 대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로 만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양자협의는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통제 체제와 관련된 산업부와의 협의 요청을 말한다. 일본과 양자협의가 이뤄지면 그동안 불화수소 북한 전용 의혹 등 터무니없는 얘기가 나온 부분에 대해 해명을 듣고 수출입 정상화를 기하는 모멘텀으로 삼길 바란다.

다행인 건 정쟁에 매몰돼 나랏일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가 국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 참석, 이달 중 국회 방일단을 파견하는 방안 등에 합의한 것이다. 여야는 또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오는 18일 혹은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모처럼의 여야 한 목소리에 긍정 평가한다. 국익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여야는 차제에 교착 상태에 빠진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속히 통과시키길 촉구한다. 정부가 수출규제 대응예산을 추경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한국당 등이 '총선용'이라고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추경은 시간이 생명이다. 어려운 한국경제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위해 정치·관료·재계 등이 하나 돼 난국을 풀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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