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수출규제 정부대응 놓고  법조 일각 "실질 피해전까지  즉각보복은 지양해야" 제언

- "日 근거로 댄 '안보 위해' 일본국민에 '관련없음' 주지 자유통상국가 이상 배치 등 부당함 피력…여론변화 유도"

  
- 日측 조치 배경된 징용판결도 "정부가 해당피해자 先보상후 日과 외교적 교섭 나서야" 조언

▲ 송기호 수륜아시아 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장·가운데)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연구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열린 '일본 통상보복조치의 모순, 전망 및 한국의 대응조치'라는 주제의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전방위적 대응을 강조한 가운데 즉각적인 보복조치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의 근거가 되는 안보적 위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한편 일본 국민에게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해 일본 주류 여론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아울러 일본 정부 조치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해당 피해자들에게 먼저 보상을 한 뒤에 일본과의 외교적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송기호 수륜아시아 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연구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열린 '일본 통상보복조치의 모순, 전망 및 한국의 대응조치'라는 정책 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연구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일본 통상보복조치의 모순, 전망 및 한국의 대응조치'라는 주제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이욱신 기자

송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맞대응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대신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의 근거가 되는 안보적 위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설명하고 일본 주류 여론을 상대로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일본이 지향하는 자유통상국가적 이상에 국제법적, 안보적,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로 향하는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의 수출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하자 이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하고 WTO 제소 등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 뒤 "외교적 해결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 참석해 일본 참의원 선거일인 21일을 넘긴 뒤 이번달 중 국회 방일단을 파견하는 방안 등에 합의했다. 또 여·야는 국회 차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오는 18일 혹은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송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 준비된 것이기에 참의원 선거가 끝나더라도 바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추후 자신의 조치가 '안보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추가적인 증거자료를 내놓으며 입법예고한 대로 다음달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안보상 우호국으로 포괄적 수출이 허용되는 국가) 리스트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발표한 3개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 강화 외에 추가로 부품·기술 수출 제한을 할 것인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다음달 만료 예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가 중요한 기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조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식민치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은 '강제징용피해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피해자들의 개별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최종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국회가 가칭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우리 정부가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우선 지급한 뒤 그 청구권을 인수해 일본 정부와 구상권 행사를 위한 외교적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종래 일본 주류의 견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국가간 청구권은 종결됐지만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존재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아베 정부에서 그것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는 개인의 권리를 국가간 합의로 부정할 수 없는 근대 민법 원리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이 지금은 아베 정부의 조치에 수긍하고 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일본 행정법원에 일본 정부를 제소할 것"이라며 "아베 정부가 특별한 안보상의 위해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국측 거래 상대방과의 장기간의 신뢰에 기반한 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게 만들면 일본 기업들도 반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정도까지 이르게 되면 자유통상국가를 지향하는 일본 주류 여론도 동조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철회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국의 WTO 제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에 대한) 우대조치를 중단하고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WTO 규정상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문제를 놓고 이르면 이번주 중 도쿄에서 한·일 양국 당국자 간 첫 협의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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