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판매지원금 살포해 LTE보다 빠른 성장세
이통사 마케팅 공세 속 통화품질·속도 저하 문제 지적돼

▲ 오는 11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소비자용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지 100일을 맞이한다. 초기 가입자 규모 등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화품질·데이터 속도 저하 논란 등 질적인 서비스 부문에서는 많은 개선 숙제를 안고 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19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오는 11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소비자용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지 100일을 맞이한다.

지난 4월 3일 밤 11시 미국 이동통신사의 최초 개통 추진 정보를 입수하고 정부·이통사·스마트폰 제조사가 합심해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이를 추월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을 따낸 뒤 초기 가입자 규모 등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화품질·데이터 속도 저하 논란 등 질적인 부문에서는 많은 개선 숙제를 안고 있다.

10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5G는 4차산업혁명의 '원유'인 데이터를 기존 통신망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로 전송하는 '데이터 경제'의 핵심 인프라"라며 "정부는 5G에 기반해 스마트시티·스마트공장·스마트의료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입자수는 지난달 10일 상용화 69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며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의 81일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세계 5G 가입자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213만명이고 이 중 한국이 77.5%인 165만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영국(15만명)의 10배가 넘고 한국보다 2시간 늦게 5G를 상용화한 미국(10만명)의 16배 수준이다.

5G 가입자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이통3사가 막대한 공시지원금과 불법 수준의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쏟아부으며 과열 경쟁을 벌인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이통 3사는 이런 5G 시장의 빠른 성장에는 마케팅 경쟁뿐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 등 5G 콘텐츠 확대 및 5G 산업 생태계 구축 노력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5G 시장 점유율 40%대로 1위인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가입자 55만명을 기록,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00만명 조기 확보를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옥수수'에 5GX관을 신설, 경쟁사 고객에게도 VR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말 약 9000편인 SK텔레콤 5G 콘텐츠 중 VR 콘텐츠는 약 500개로 상용화 개시 때보다 5배 늘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다이어트 솔루션'을 통해 VR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소모량을 최대 50% 절감해 주는 기술도 적용했다.

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서는 지난달 삼성전자, 시스코와 5G 스마트오피스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하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지멘스, 보쉬 등 18개 기업·기관과 5G스마트팩토리 얼라이언스(5G-SFA)를 구축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는 ICT 기술 융합을, 도이치텔레콤과는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서울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 등 미래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연세대 의료원과 5G 디지털혁신병원을, 육군사관학교와 5G 스마트 육군사관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현재 4만2103개의 5G 기지국을 보유한 KT는 고객이 직접 5G 커버리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맵을 공개해 일평균 2010건의 페이지뷰(PV)를 기록하고 있다. KT는 5G 기지국 위치를 지도 위에 핀(Pin) 이미지로 표시하는 등 업그레이드된 '5G 커버리지 맵 3.0' 버전을 오는 11일 공개한다.

초고화질로 여러 사람과 360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리얼 360'은 가입자가 약 8만명에 달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3D 아바타·증강현실(AR) 이모티커를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나를(narle)'의 5G 가입자는 7만7000명이다. 비무장지대(DMZ) 안 남측의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마을에 5G 빌리지도 개소했다.

LG유플러스는 LTE 시장에서 22~23%였던 점유율을 5G 시장에서 29%대로 끌어올린 데 이어 연내 5G 가입자 누적 점유율을 30%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유플러스는 세계 최고 VR 제작기술을 보유한 '벤타VR'에 직접 투자하고 구글과도 공통 투자를 통해 VR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아시아 최초로 AR콘텐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인 U+AR스튜디오도 100㎡ 규모로 구축했다.

현재 5G 스마트폰을 통해 리니지2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등 11종 게임을 제공 중이며, 미국 엔비디아 등과 제휴해 하반기 포트 나이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포함한 500여종의 클라우드 게임을 국내 단독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누적 이용자 2000만명을 돌파한 U+프로야구와 U+골프에도 5G 기술을 접목, 밀착 영상, 줌인 등 기능을 추가했다. 아이돌 멤버 3명까지 동시 시청이 가능한 U+아이돌 라이브는 4월 기준 5300여편인 전용 콘텐츠를 연말까지 1만3000편으로 늘리기로 했다.

5G 가입자 확대에는 막대한 공시지원금과 리베이트(판매 장려금)가 큰 역할을 했다. 출고가 119만9000원인 5G폰 LG V50 씽큐를 번호이동으로 구입하면 오히려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페이백)받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불법보조금 논란이 가열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사 임원들을 불러 경고하기도 했다.

이통3사는 지난달 10일 5G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계기로 공시지원금을 대폭 인하하며 출혈 경쟁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달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S10 5G 출고가를 낮추고 공시지원금을 다시 높여 가입자 유치 경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주 초 갤럭시S10 5G 공시지원금을 각각 최고 55만원, 53만3000원에서 최고 7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 2일 공시지원금을 최고 56만4000원으로 높인 SK텔레콤도 9일 최고 6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통사들이 이렇듯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5G 커버리지(서비스 도달범위) 확충 등 서비스 품질 개선은 당초 기대 수준에 못 미쳐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달 21일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된 5G 기지국 수는 6만2641개에 그쳤다. 이는 작년 말 기준 87만개에 달하는 LTE 기지국 수의 7%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설치된 기지국도 서울,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의 5G 기지국 수는 2만5921개(41%)에 그쳤다.

서울 주요 지역 5G 속도도 애초 선전한 최대 20Gbps(초당기가비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0~500Mbps(초당메가비트)로 5G 서비스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가 자사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속도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자 SK텔레콤과 KT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하는 등 이통 3사는 소비자 여론과 동떨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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