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실패후 삐걱대는 ‘제주도 레저사업’…면세점 롯데그룹 아성 못 넘어
부영호텔 건립도 장담 못해

▲ 부영그룹.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최형호 기자] 부영그룹이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중근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제주도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이미 지난 2015년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그룹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부영호텔도 지난 10일 건축허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할 처지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제주도 지역에 토지를 매입하며 이중근 회장의 숙원이자 새로운 동력사업인 레저사업의 발판을 제주도에서 마련했다.

레저사업은 부영에 비중있는 새 먹거리 사업인 셈이다. 부동산 시장 내에서 부실시공 논란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든 상태에서 이 회장이 4300억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는 등 기업 이미지가 더욱 악화된 상황이었기에 부영에게 제주도는 일종의 ‘기회의 땅’이었던 것.

이에 부영은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제주부영호텔&리조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주도 레저사업에 들어갔다.

이 시기에 부영은 혹시 모를 지역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 2017년 지역일간지인 한라일보를 인수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 예상되던 사업은 계속해서 암초를 만났다. 면세점을 발판으로 레저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고 했지만, 부영은 제주도에 면세점을 유치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제주 시내면세점은 부영이 아닌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그룹에게 다시 돌아갔다.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주 시내면세점이라는 대형사업을 품에 안기에는 부영이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설상가상 면세점이 들어설 자리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부영호텔간 지하도 또한 소유권 분쟁으로 인해 개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준공 후 연결통로 공사를 끝낸 부영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시설물 인수인계를 거부하면서 3년 넘게 방치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중문관광단지 내 부영호텔도 ‘경관 사유화’라는 비난 속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문회유산 앞에 건물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부영은 이곳에 호텔을 짓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땅을 매입했다.

앞서 부영은 9179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대포동 주상절리 해안 29만3897㎡에 총 객실 1380실 규모의 부영호텔 4개동을 짓겠다며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제주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호텔 4개동의 위치는 중문관광단지 내 주상절리해안(중문대포해안)과는 불과 100~150m 떨어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동쪽에서 아프리카박물관 사이 1km 구간이다. 건축물은 지하 4~5층, 지상 8~9층으로 건축고도는 35m였다.

그러나 1996년 시행승인을 받은 부영은 2001년 변경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없이 건물 높이를 당초 20m(5층)에서 35m(9층)으로 변경한 사실이 감사위원회 감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도는 법률상 환경보전방안 수립권자인 한국관광공사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 절차를 이행하고, 부영이 결과를 반영한 설계도서를 작성해 건축허가를 다시 받으라고 한 것이다.

이에 부영은 2017년 12월 제주도의 ‘환경보전방안 조치(이행)계획 재보완 요청'에 대한 행정심판과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잇달아 제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부영은 부영호텔 환경보전방안 조치계획 재차 보완 요구사항이 법에 반하고 재량권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도는 부영호텔 부지 인근에 국가지정 문화재인 주상절리대가 있고 생태·경관·문화적 가치가 높아 경관사유화와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제주지법은 환경보전방안 수립권자는 중문관광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관광공사인 만큼 용지 소유권자인 부영이 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부영은 호텔을 신축하기 위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패소했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주상절리대 해안 경관 사유화 논란만 남긴채 끝나게 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같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로 제주도의 사업반려는 정당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부영주택은 더 이상의 행정소송으로 도민사회를 괴롭히지 말고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만약 자숙과 반성대신 소송을 지속한다면 이는 경관사유화와 주상절리대 파괴를 강행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고 이는 곧 도민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부영호텔 진행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호텔과 리조트는 비교적 잘 되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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