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각을 개편할 전망이다. 개각(改閣)이다. 이달 중 10개 부처 안팎 장관이 바뀌리라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 출마자와 문재인 정부 원년 멤버를 중심으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증 작업이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의 책무가 막중하다. 외교안보, 경제 등 국내외에 여간 큰 국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발탁'이 주목된다. 만사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존망(存亡)이 갈린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짐승을 쫓아가서 죽이는 것은 개이지만, 개를 풀어 쫓도록 지시하는 것은 사람(逐殺獸者狗也 發縱指示者人也)"이라는 '십팔사략'의 경책이 잘 보여준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심사숙고 후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정계와 행정부 주요 보직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실 난관 타개 미래 이끄는 역할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은 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 리더십, 곧 통치력의 중요성이다. 지도력 발휘의 첫 출발은 사람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인사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 세상만사 사람이 가치를 창출한다. 그 가운데 좋은 인재가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고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적 기업도 뿌리를 지탱하는 것은 큰 공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재인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제일주의'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어디 기업에 국한하랴.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세종대왕은 인재 육성을 중요시했다. 한글창제도 세종대왕이 아껴 곁에 둔 정인지·성삼문 등 여덟 학자들이 대왕의 명을 받아 창제한 것이잖은가.

춘추전국시대 관자는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두는 것은 곡식이고,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두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두는 것은 사람이다"라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2600여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되새겨볼 만한 의미 있는 말이다.

마땅히 전문성과 도덕성, 비전을 갖춘 인물을 골라 쓰고 선출해야 한다. 공익을 우선시한 삶을 살아온 이를 중용해야 한다. 준법과 도덕률에 충실한 인재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대 배제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에 포함된 이들이 입각, 비판을 자초하곤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신상을 털릴 부담을 느껴서인지 이번 청와대의 부름에 대부분 손사래를 치고 있다고 한다. 과거 특정부처 장관 권유에 30여명까지도 전화를 했다고 하니 부담 정도를 알 만하다.

■'이념 배제' 실사구시형 선택하길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대통령은 인재 발굴에 있어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정보망 내의 인재 중 여당에 반대한 사람, 선거 기간 반대편에 서 있었던 이유만으로 먼저 배제할 경우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종 '연(緣)'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선거판에서 뛴 사람이라도,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엄격한 잣대로 골라야 하고 정파와 지연, 학연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고언'을 새겼으면 한다. 문 의장은 "이제는 코드 인사나 인연, 보상 측면의 인사는 끝나야 할 시기"라며 "실사구시 측면에서 전문가, 실력가를 써야 순서가 맞는다"고 말했다. 정권을 창업할 땐 생각이 같은 동지와 창업 공신을 우대하고, 다음 단계인 3년 차는 전문가 즉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를 써서 실적을 보여주고, (정권의) 막바지 때는 전문가와 창업 공신을 섞어서 다시 느슨해진 것을 조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율곡 이이의 용인술에 관한 지혜도 소개했다. 경륜에서 우러난 수렴해야 할 제언이라고 하겠다.

공직에 나가는 인사들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우리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또 그렇게 살아왔다면, '과분한 자리'를 탐내선 안 된다.

여하튼 개각을 통해 민생 회복에 힘써야겠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공정 경제의 '3대 축'의 방향은 맞다. 하지만 민심을 동반하지 않거나 민생 뜻을 거스르는 급진적 정책은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고려한 국정 수행을 바란다. 난세를 헤쳐 갈 인재 등용 역시 이념은 배제하고 실사구시 형을 선택하길 당부한다. '국난'을 헤쳐 갈 경륜지사들이 그립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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