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도 불화수소 등 수출 규제 품목을 확보할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7일 일본 도쿄로 갔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12일 귀국했지만 기대만큼 물량 확보를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본에 있는 동안 세계적 포토레지스트 제조사 JSR은 물론 도쿄 근교의 작은 장인기업까지 만난 걸로 알려졌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사태가 한·일 정부와 정치권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애먼 기업들만 피해를 볼 판이다. 한두 달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멈춰 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이 30% 줄면 한국은 약 40조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입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하고 있다.
한심한 건 정치가 경제인 탓만 하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이다. 집권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은 최근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 올린다.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에는 거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말전도 격 '망발'을 부끄러움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여야 정치권이 대의민주주의 본산인 국회를 '마비'시키는 일이 하도 자주 벌어지다보니 '국회무용론'마저 나온 지 오래다. 무능한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은 게 적잖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경제 보복 조치로 롯데그룹 등 우리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경제활성화법 처리는 미루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강화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고용·노동 관련 법안 890개 가운데 절반이 규제강화법이라고 명명할 정도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이 약속을 어기도록 만드는 정치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쌓인 불만을 토로했겠는가.
한·일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두 나라 기업 간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한·일 외교 갈등을 둘러싼 정부의 안일한 대책과 국내 정치권의 공방에 대한 재계의 바람을 수렴하는 정치권이길 기대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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