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제가 오히려 '호재'…공급축소도 가격 상승에 영향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발표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현물 가격은 지난주 3.26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일주일 전(3.03달러)에 비해 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일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사양 제품인 DDR3 4Gb 현물가는 지난 12일 1.60달러를 기록하면서 주간 상승폭이 무려 12.7%에 달했다. 지난 10일 3.5% 오른 데 이어 11일과 12일에도 4.7%와 3.9%가 상승했다.

이와 함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USB 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64Gb MLC(멀티플 레벨 셀) 낸드플래시 제품 현물 가격은 2.42달러로, 일주일 전(2.35달러)보다 2.8% 올랐다.

반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돌발적인 '공급 감소' 요인이 잇따르면서 업황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이 있었던 만큼 개별적인 생산 차질과 설비투자 축소 등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것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東芝)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생산을 감축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기존 물량에서 10% 안팎 줄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이들 업체가 올해 일제히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공급물량 조절에 나선 것도 최근의 과잉공급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D램 생산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약 170억달러로, 지난해(237억달러)보다 28%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최근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개발에 따른 PC교체 수요와 함께 5G 이동통신 보급 확산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도입 등이 겹치면서 메모리 가격이 곧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강 국면'에 접어든 미중 통상전쟁이 언제 다시 격화할지 알 수 없는 데다 한일 갈등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더 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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