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재 수출 규제로 파운드리 1위 도약 적신호?
전문가, "구체적 조치 없이 예단 일러…TSMC 물량 가져와야"

▲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2030년까지 파운드리(주문 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삼성의 비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관건은 수요처 확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화성 삼성 EUV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2030년까지 파운드리(주문 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삼성의 비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관건은 수요처 확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잠정적인 계획만 나오고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전망을 예단하기 어렵고 경쟁사의 추가적인 투자 대응, 수요처 확보 등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한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의 수출 허가 요건을 강화한 가운데 다음달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령 개정절차에 착수했다.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자국내 각의 승인, 공포 후 21일 내에 관련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그 동안 국제 평화·안전 유지를 위협하는 정도가 낮은 안보우호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으로 지정해 이들 지역에 수출되는 전략 물자 품목에 대해 포괄적인 수출허가를 허용했다. 전체 27개국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측으로부터 관련 품목의 수출 절차상 편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기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뀌게 된다. 수출 제품이 상대국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사용 목적이 적절한지, 평화·안전을 위협하지 않는지, 수출·수입 기업이 적절히 관리하는지 등을 놓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개별 건마다 하나씩 심사하게 된다. 급변하는 IT시장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해당 품목 수입 국내 기업으로서는 업무 수행에 많은 차질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행정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앞서 지난 4일부터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 필수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 리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부품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규제 절차를 강화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추진된다면 2030년까지 세계 파운드리 1위로 도약한다는 삼성의 비전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은 비메모리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해 세계 파운드리 부문 왕좌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은 '비전 2030'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4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 공장을 방문해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한 점을 문제삼았다. 전임 박근혜 정부 시기 산업부 장관을 역임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4일 "삼성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판이 뒤집어질 수 있었는데 (일본이) 이번에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공정에 사용하는 소재인 극자외선 노광(EUV)용 포토 리지스트를 규제 품목에 넣어 뼈아프다"며 "이번에 문 대통령이 삼성에 가서 신성장동력으로서 시스템 반도체를 찍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일본 아베 총리에게 '우리의 여기를 폭격하라'고 좌표를 가르쳐준 것과 같다"고 문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일본의 구체적인 조치가 없는 마당에 과도한 위협론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현 단계에서는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니라 수출 허가 요건을 강화한 것이기에 관련 품목 통관 과정에서 조금 지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이트리스트 제외도 아직 일본의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고 향후 행정절차 진행을 예고한 것이기에 지금 단계에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예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품목은 차세대 EUV용 리지스트로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가 대량 생산에 활용하는 불화아르곤(ArF) 리지스트와 불화크립톤(KrF) 리지스트가 아니다"라며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인 대만 TSMC 대신 차세대 퀄컴 주문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IT제품 공급망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향후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전후방 제품 생산 연관 국가들이 개입하면 한·일간의 협의를 통해 6개월 정도 이내에 사태가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밝힌 투자 금액 133조원 중 시설투자는 10년 동안 60조원으로 해마다 6조원씩 투입되는 것으로 TSMC가 매년 12조원씩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못 미친다"며 파운드리 투자액의 절대적 차이를 언급한 뒤 "화이트리스트 제외도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가 경쟁사 TSMC가 있는 대만과 같은 경쟁선상에 서는 정상화단계로 봐야 한다. 우리 기업에게만 특별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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