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조직문화 혁신으로 WM강화…발행어음 장착으로 IB엔진 업그레이드

▲ KB증권 박정림 대표(제공:KB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장마가 시작되며 올 한해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맘때 쯤에는 한해 세웠던 계획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다들 한번씩 돌아보게 된다. 주요 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회사가 가고자 하는 전략 방향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다. 증권사도 예외는 아니다. 올초 10대 증권사들 대부분도 신년사를 발표했다. 일간투데이는 5대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요 증권사가 신년사에서 한 약속들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KB증권은 자본 규모로는 탑5 증권사에 들지만 올해로 합병 3년차를 맞는 만큼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구조적 변화와 뒤이은 조직문화 쇄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이뤄나가기 위해 박정림, 김성현 두 대표가 각자 대표를 맡아 성과를 내기 위한 시너지 창출에 분주하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분위기 쇄신한 2019년 시작

KB증권은 작년 4분기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파생상품관련 운용 손실과 희망퇴직 진행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가 원인이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대 실적을 시현하는 가운데 TOP5 증권사로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176억원, 당기순이익이 8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해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특히 그 수익성 증가 가운데 고수익성 인공지능(AI) 상품 증가, WM 관리자산 증가 등 박정림 대표가 담당하는 영역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박정림, 김성현 두 대표는 작년 말 각각 선임됐다. 박대표가 WM과 세일즈 앤 트레이딩(S&T)과 경영관리를 담당하고 김대표가 IB, 홀세일, 글로벌과 리서치를 담당한다. KB의 각자대표 시스템은 이미 전임 CEO때부터 자리를 잡았다. 업계 내에서도 미래에셋대우 등 몇몇 증권사가 대형화된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문성이 다른 CEO간 협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투자은행 업무와 기관영업이란 것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유독 박정림 대표 관련 활동이 눈에 띄는 것은 증권업계 최초 여성CEO라는 점도 작용하지만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KB국민은행에서 리스크관리와 여신, WM부문을 총괄하며 리스크에 기반한 조직관리와 소매금융부분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 통한 조직문화 쇄신으로 WM경쟁력 강화

WM관리자산 규모는 작년 말 20조4000억원이었으나 불과 한 분기만에 14.7% 늘어난 2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의 뒤에는 박정림 사장의 조직문화 혁신과 발로 뛰는 영업이 크게 기여했다는 내부 전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하나의 KB증권을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는게 박정림 사장의 연초 당부”였다며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용기있게 도전할 수 있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은행계열 증권사라는 것 때문에 자칫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기 쉽다. 리스크를 안고 모험투자에 나서야 하는 증권사가 리스크관리라는 명분 하에 지주 눈치를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KB증권은 작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업무효율화와 불필요한 야근 문화를 근절하고자 증권 업계 최초로 PC 온오프제를 도입했다. 이에 앞서 전 부서 및 지점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회사와 직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인사부가 함께 부서별 면담을 실시했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해외 개장시간에 맞춰 근무하는 글로벌BK부, 기업탐방 및 보고서작성으로 야근이 잦은 리서치센터 등은 시차출퇴근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다.

업무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보고서의 경우 간략한 사항은 구두보고 또는 사내메신저인 KB ‘리브똑똑(Liiv Talk Talk)’ 등을 이용하는 비율을 늘리고 있다. 보고서는 외형보다는 핵심내용 중심으로 간략하게 작성한 '원페이지(one-page)'를 지향한다. 회의는 회의자료를 사전에 공유해 참석자가 정확한 회의의 목적을 숙지하고 충분히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참여해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KB증권은 상반기에 기존 디지털고객본부를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개편한 ‘마블 랜드 트라이브(M-able Land Tribe)’ 장에 하우성 전 11번가 상무를 영업했다. 하 상무는 네이버, 옥션, 다나와 등을 거쳐 온라인쇼핑몰 11번가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한 온라인상거래 전문가다. 하 상무는 부서간 경계를 없앤 애자일(Agile) 조직을 이끌며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이 조직은 WM총괄본부 소속으로 채널마케팅 전반의 고객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증권사 온라인본부장은 “올해 모든 증권사가 디지털화를 말하고 있지만 별도의 조직에서 서포트하는 개념이 강하다면 KB증권은 디지털을 전 조직 운영에 내재화시키려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기능 강화를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부서를 ‘데이터분석부’로 확대개편하고 디지털혁신본부를 경영관리부문으로 이동해 IT본부와 시너지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KB증권 김성현 대표(제공:KB증권)

◆발행어음사업 기반으로 하반기엔 시장지배력과 수익기반 확대

KB증권은 상반기 단기금융업 라이선스 획득 후 성공적으로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해 연초 천명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통한 수익기반 확대’를 하반기에 적극 실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강점을 가진 기업금융과 시너지를 내고,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IB솔루션 제공을 통해 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회차 판매한 발행어음은 하루만에 5000억원 완판을 기록했고, 올해 전체 발행 목표는 2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해외주식 등 글로벌 투자자산에 역점을 두고 영업과 지원시스템, 리서치 강화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연초 출시한 ‘글로벌원마켓’은 환전없이 해외주식을 손쉽게 원화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 가입계좌 3만개를 돌파한 상황이다. WM뿐 아니라 IB 부문에서도 PE, SME 관련 비즈니스 육성, 기관 및 법인영업시 구조화 상품관련 신상품 개발, 해외채권 판매 등 신규 사업을 적극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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