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판본은 세종이 직접 쓴 서문에 해설이 붙어 있기 때문에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부른다.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와 의미, 사용법 등을 소개하고,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1조원, 아니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릴 정도로 귀중하다.
이런 세계적 보물을 놓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터인데 현재로선 막연하다. 상주본 소장자인 배씨는 "1천억원을 이야기한 뒤 사건의 초점이 흐려졌고, 무리한 액수를 요구하는 것처럼 매도당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산정한 상주본 재산가치 추정액 1조원의 10%인 1000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말한 게 거두절미 와전돼 돈만 밝히는 인물로 폄훼 당했다는 게 배씨의 주장이다.
배씨는 "진상 규명이 안 되면 상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진상규명의 요체는 이렇다. 국보 지정을 받기 위해 처음 문화재청에 문의했을 때 담당자가 소홀히 취급하고 권력층의 연루 의혹, 재판부 요청으로 감정을 했음에도 문화재청은 감정 사실조차 부인한 점, 고 조용훈 씨가 실물 없이 했던 기증식을 두고 '국가 소유' 주장은 물론 두 차례 강제집행도 실효성 거두지 못한 채 10년 세월이 지난 사실 규명 등이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가치를 알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던 최초 문화재 발견자인 배씨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적절한 보상 등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서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게 마땅하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가운데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글자다. 창제 정신과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학성도 뛰어나다. 그 한글 창제의 진수가 바로 '훈민정음 상주본'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정부가 재인식하길 바란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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