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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영 칼럼] 정정용 '코칭리더십'에 한국축구 미래가한보영 <문화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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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6 16:2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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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스포츠 칼럼니스트
'즐겨라!' 듣기에 따라서는 좀 엉뚱한 필승전술이다. 촉각을 다투는 긴장 속에서 뭐를 즐기라는 말인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술은 적중했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새로운 신화를 탄생시켰다. 바로 사상 초유의 U-20월드컵 준우승이 그것을 증명해줬다. 곧 신개념의 코칭리더십이 가져다준 쾌거다.

그렇다. 그건 무명에 가까운 코칭리더 정정용 감독이 작성한 전술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즐겨라', 어떻게 생각해도 승패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은 주문인 게 분명하다. 한데 그게 '원 팀'의 원동력이 되고, 선수 개개인의 자발적인 협동심을 도출해냈다니, 이 어찌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있다. 갑자기 높은 절벽과 맞닥뜨렸다 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하고 주저앉기 십상이다. 하지만 침착하게 절벽을 뛰어넘거나 피해가는 궁리를 한다는 건, 곧 냉철함의 여유가 아닐까. 그만큼 '즐겨라'는 말 속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여유의 철학'이 내재해있다. 곧 선수개개인의 책임감과 자발적인 협동정신을 이끌어내는 심리효과랄까. 얘기하나마나 코칭리더십의 신개념이 아닐 수 없다.

■ 스파르타식 지옥훈련 시대는 끝

한국축구의 코칭리더십이라면 스파르타식훈련방식이 대종이었다. 또 그런 방식으로 성과를 일궈낸 게 1983년 멕시코 U-20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박종환 감독이다. 그는 지옥훈련 등 물불가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승부사의 대명사가 되었고, 국민적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건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36년이 지난 지금, 정정용 감독은 '4강 신화'를 깨고 결승전에 진출한 사상 초유의 코칭리더가 되었다. 그것도 변변한 선수생활을 못했고, 감독으로서도 미미한 존재였던 '무명감독'이 말이다. 많은 사람은 깜작 놀랐고, 새삼 그의 치밀하고 준비된 코칭리더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정정용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다. 문전처리의 빌드 업과 포메이션에 따른 선수들의 움직임 등을 적은 '전술노트'가 그것을 강변해주고 있다. 흔히 마법의 노트로 불리는 작전지침을 미리 선수와 공유하고 훈련에 임하는 자상함. 그 뿐인가. 선수 개개인과도 허물없는 소통을 통해 팀을 하나로 묶는데 조금도 허술함이 없었다. 스스로 팀이 똘똘 뭉치는 이른바 '원 팀'의 정체다.

지만 아무리 팀워크가 잘 짜진 '원 팀'이라도 코칭리더의 용병술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일본과의 16강전. 우리 팀은 전반전 일본에 크게 밀리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정 감독은 후반, 스피드가 좋은 윙 엄원상을 투입, 분위기를 일신했을 뿐 아니라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는 돌파력으로 철옹성 같았던 일본 수비를 흔들어놓았다. 그 흐름을 놓칠세라, 왼쪽 측면에서 최준과 오세훈의 콤비플레이가 결승골을 터뜨리는 찬스도 끌어내지 않았던가.

■ 어릴적 공놀이로 발전된 앞날을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도 정 감독은 두둑한 배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후반 27분, 정 감독은 에이스 이강인을 빼고 박태준을 교체 투입한다. 수비강화를 위한 건 물론이지만 이강인의 팀 내 비중을 생각하면 누가 봐도 위험한 모험이었다. 만일 동점골을 허용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한국 팀은 나머지 시간을 주전 이강인의 부재로 허덕였을 건 불을 보듯 뻔한 이치. 하지만 그 바람에 이강인은 다음 결승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뛸 수 있었다.

이제 한국축구의 미래는 '선수개개인의 볼 컨트롤능력에 달렸다'고 정정용 감독은 보고 있다. 개인기를 키우는 방법론도 그는 제시한다. 어렸을 때부터 공을 많이 가지고 놀게 해야 한다는 안목이다. 개인기를 늘리기 위한 8인제, 풋살(futsal) 등 간이축구의 생활화, 대중화가 시급하다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만큼 체력과 조직력이 필요한 게 축구지만 결국 발로 하는 한 발재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그 다부진 꿈에 한국축구의 미래가 보이는 건 성급한 기대일까.

아니다. 정정용 감독이라면 충분이 그럴만한 덕목을 갖췄다. 누가 뭐래도 그는 지장(智將)에 가까운 지도자다. 그래서 그를 두고 모두들 '제갈공명'이라 하지 않은가. 학구파라는 데 더욱 우리의 그에 대한 신뢰는 두텁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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