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창피하다"…부실시공·황제보석 논란 '봇물'
입주자 너도 나도 브랜드명 변경 요청 쇄도
걷잡을 수 없는 추락…변경 단지 확대 가능성도

부영건설 BI. 부영 측에 따르면 사랑으로는 '사랑으로 지은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이중근 회장의 사업철학을 담았다. 반면 입주민들 사이에선, 각종 부실시공으로 집값 하락을 걱정해 브랜드 명 변경을 추진중에 있다. 사진=부영.

[일간투데이 최형호 기자] 분홍색 외관, 두 마리의 원앙, '사랑으로' 브랜드 명까지. 부영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첨단 디자인 속 홀로 복고풍 감성을 지녀 남다른 차원에서 홍보성 짙은 아파트라는 일각의 찬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촌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아파트 디자인팀을 전담부서로 꾸려가며 디자인 고급화 및 차별화를 추구하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달리 부영은 '촌스럽다·창피하다'는 세간의 평에도 불구, 여전히 분홍색 외관 속 원앙 두 마리를 고수하고 있다. ‘사랑으로’와 함께 말이다.

부영 측에 따르면 사랑으로는 '사랑으로 지은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이중근 회장의 사업철학을 담았다.

원앙 한 쌍을 형상화한 이미지는 화목한 가정과 부영과 입주민 사이의 '동반자적 관계'에 대한 긍정적 기원을 표현했다. 그만큼 이중근 회장이 애지중지 하며 키운 브랜드 명이 ‘사랑으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입주민들 사이에선, 이런 부영에 내포된 철학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종 부실시공으로 도마에 오르며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것을 포함해 동반자적 관계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 오히려 부영의 브랜드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영 사랑으로 입주민 스스로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다른 브랜드 명으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지난해 '더 힐 55'로 명칭을 바꾼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의 부영아파트와 이번에 네이밍 변경을 추진 중인 남양주시 다산동 '부영그린타운'을 들 수 있다. 

만약 이름을 바꿔 두 단지의 가치가 회복되면 부영 단지들의 브랜드명 변경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게 수도권 아파트를 구매하는 수요자 10명 중 3명은 아파트를 선택할 때, 입지 및 인프라 못지않게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워낙 부영 이미지가 나빠진 탓에 입주민들의 네이밍 변경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다른 부영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정구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특성상 아파트 가격 상승의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같은 입지 내 브랜드끼리의 가격경쟁도 존재하기에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부영 입주민들은 입주때부터 아파트 디자인이 촌스럽고 창피하다는 이유를 들며 부영 측에 브랜드 명 변경을 요구했었다"며 "이 뿐 아니라 워낙 부영이 부실시공으로 악명이 높다보니, 위례신도시 내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 힐 55 입주민들은 이런 이미지들로 인한 집값 하락을 우려해 (브랜드 명을)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부영그린타운도 이런 이유로 이미지 변경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린타운아파트 입주자대표희의에 따르면 지난달 '부영'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아파트 가치의 정상화를 바라는 입주민들을 위해 아파트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추진팀은 주민 설명회와 명칭 공모를 마친 뒤 9월 말까지 명칭을 확정해 올해 말까 남양주시청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두 단지가 이름을 바꿔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부영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그만큼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부영은 이 부분에서 크게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영 사랑으로는 지난해 하자와 부실시공, 분양 원가 부풀리기,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인해 건설사 이미지는 추락할 때로 추락한 상태다. 

여기에 이중근 회장은 40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 20억원 상당의 황제보석 석방 논란을 일으키는 등 싸늘한 여론으로 인해 사랑으로 아파트 가치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결과적으로 부영 입주민들 사이에서 아파트 브랜드 명 변경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현재 두 개 단지는 입주민들 사이에선 변경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더 나아가 사랑으로가, "창피하다","아파트 품질이 주변 단지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파트 시세 하락이나 이미지 실추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사랑으로 입주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명 변경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는 어느 지역에 짓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입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건설사가 짓는가에 따라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부영이 지었다는 것은 집값 하락에 치명적인 부분이 되기에 기존 두 단지와 마찬가지로 향후 부영의 브랜드 명 변경 가능성은 현재보단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아파트 브랜드 명 변경을 막을 법적 제재는 따로 없다. 주민 80% 이상 동의와 상표권 침해 및 인근 주변 비슷한 명칭이 있는지 여부, 기존 부영아파트 명칭 완전한 변경 등의 신청 요건을 갖추면 건축물대장에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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