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문대 명예교수·시인

조지훈은 "시란 지정의(知·情·意)가 합일된 그 무엇을 통하여 최초의 생명의 진실한 아름다움을 영원한 순간에 직관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는 "이지(理智)로 움직이면 모가 나고, 감정에 치우치면 흘러버리며 고집을 세우면 막혀버린다."고 썼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걸려있다. 감정에 치우치면 흘려버리고, 고집을 세우면 막혀버린다는 이치는 문학이나 세상일이 다를 게 없다. 이치는 만사에 통하기 때문이다. 한·일간(韓·日間)의 문제를 바둑에 비유하면 축(逐)에 몰려있다. 축이란 끝까지 단수(單手)에 몰리어 죽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럴 때는 재빨리 생각을 바꾸어서 손을 멈추고 다른 곳을 개척해야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그칠지, 머물지(止)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길이 막히게 되어 희생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바둑판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 감정에 치우칠 것 아닌 이치에 맡겨야

대한민국을 에워싸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가 강대국들이다. 어느 한 나라도 소국이 없다. 힘이 약한 나라가 사는 길은 강대국으로 힘을 기르거나 생각이 같은 강국과 손을 굳게 잡는 길 뿐이다. 우리 민족끼리? 천만의 말씀이다. 김일성은 우리민족끼리 어떻게 했는가? 6·25를 겪은 사람들은 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을 되풀이 천사만려(千思萬慮)해도 한미일(韓·美·日) 삼국동맹을 튼튼히 하지 않고는 살길이 없다. 한미(韓·美)관계가 소원해지고, 한일(韓·日)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중국이 어떻게 나왔는가?

중국의 공군과 해군이 제집 드나들 듯 영해를 침범하여 휘젓고 다니지 않았는가. 그대도 문재인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하지도 않은 채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지 않았는가?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그 경고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불안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당면과제가 무엇인가? 일제 때 강제징용이 문제인가, 6·25 이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북한 핵이 문제인가. 마음에 내재한 지정의(知·情·意)를 고루 쓰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의 문제야 한사람에 그치지만 국가의 문제는 국가의 흥망이 달려있다. 나라가 망하느냐 흥하느냐 하는 국민 전체의 생명 문제가 달려있다.

■ 국가 문제의 흥망, 균형 있는 조화로 해결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에 끼리끼리만 어울리게 된다. 그렇게 패거리끼리만 어울리게 되면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이나 경험보다는 이념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무시하게 된다.

상대방을 의논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면 독선에 빠져 독주하게 되고 독재를 하게 된다. 근거 없는 미움이 들끓는 한국사회는 조선시대 사색당파처럼 국민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북한에 매달려 선심 쓸 궁리만 한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미국과 일본이 얼마나 소중한 우방국인지 망각하고, 북한에 매달려 북한 눈치를 보고 중국 눈치 보는데 길들어있다.

북핵문제만 해도 그렇다. 떡 줄 생각은 하지도 않은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북한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말할 뿐 우리가 요구하는 북핵 폐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데,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보자기로 구름잡는 환상에 젖어있다.

인간의 본심인 지정의(知·情·意)를 강조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지론대로 이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지 않으면 마치 뇌성마비 환자처럼 눈은 눈대로, 입은 입대로,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똑바로 걷지도 못하고, 비틀어진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풀려진 눈까지 히히, 힛득 번득 흔들거리며 어디론지 모르게 가는지 마는지 걷는 형국으로 나라가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백성들은 어떻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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