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해외 법인 통해 DTC 유전자 분석 중

▲ 한 보험사가 행사장에서 '유전자 분석 검사' 안내문을 걸고 고객 상담을 유인하고 있다.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최근 국내 법인보험대리점(GA)들이 유전자 분석업체와 손잡과 고객의 주요질병을 유전자 분석 키트로 검사해 맞춤형 보험영업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A는 고객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향후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보험상품을 설계해주는 방식이나 현행법상 불법이라, 이를 허용하는 일본 등 해외에 법인을 차려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어 국내 유전자 분석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GA들이 해외 유전자 분석업체와 손잡고 유전자 분석 키트를 구입해 유전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GA 설계사가 키트를 직접 구매해 보험가입 고객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키트에 타액(침)을 묻혀 보내면 설계사가 제휴한 해외 업체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다. 국내에서의 유전자 분석은 불법이라 일본 등 해외로 키트를 보내고 온라인 등으로 결과를 받는데 보통 20일이 걸린다.

설계사는 유전자 키트로 고객의 암 질환을 비롯해 뇌경색·뇌출혈·고혈압·당뇨 등 일반 질환에 걸릴 유전적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발병 예측률을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상품을 설계해준다. 현행법상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소비자직접의뢰(DTC)의 유전자 검사 및 분석은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등 12개 항목만 허용한다. 국내에서는 DTC로 뇌경색, 뇌출혈, 고혈압, 당뇨 등은 검사 및 분석할 수 없어 GA는 해외에 유전자 분석 법인을 차리거나 제휴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한 설계사는 "어차피 보험 영업을 하게 되면 고객과 최소 2~3번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키트와 분석 결과를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며 "유전자 검사로 보험에 가입하게 된 고객이 부모님이나 자녀에게 검사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어 계약 성사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점점 커지는 DTC 보험시장에서 유전자 분석 키트를 제조하고 분석하는 국내기업은 판매만 할뿐 분석은 할 수 없어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6개월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분석·공개한 결과 이중 DTC 관련 사업이 규제샌드박스에 대거 포함됐다. DTC 관련 규제특례를 받은 기업으로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마크로젠) ▲DTC 유전자검사 기반 비만·영양관리 서비스(테라이젠텍스) ▲DTC 유전자검사 기반 운동능력 예측 서비스(메디젠휴먼케어) ▲DTC 유전자검사의 유용성 및 위험성 검증(DNA 링크)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오는 8월부터 고혈압, 대장암, 위암 등 비의료기관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 항목을 추가로 허용할 예정이어서 향후 유전자 마케팅을 통한 법인영업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DTC 유전자 분석 검사를 활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바이오기업은 분석할 수 없어 해외기업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규제샌드박스에 포함돼도 합법화가 되지 않는 이상 GA들의 해외 분석의뢰는 계속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에서는 DTC 방식의 유전자 분석 검사 영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를 전적으로 믿고 보험가입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 결과는 발병 가능성을 의미할 뿐 개인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건강이 증진될 수 있어 결과를 너무 맹신해 보험 설계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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