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직후 아베 "답변 가져와라" 한국정부에 책임 떠넘기며 압박 

- 국내외 비판 불구 공세지속 예고

- 고노 외무상 '백색국가 제외' 거론 日언론 등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 관세 인상 등 추가 보복조치 예상

-  전문가들 "정부, 외교교섭 강화 국내기업 자구책 안내 필요" 조언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일 관계가 한층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당선자 이름에 장미꽃을 붙이고 있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일 관계가 한층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선거 개표 방송에 나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악화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국 정상간 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가져와야 한다"며 강공전략을 되풀이 해 선거 이후 경색 국면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22일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제25회 참의원 선거에서 선거대상인 개선(신규) 124석 중 자민당이 57석, 공명당이 14석 등 연립여당이 71석을 얻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여기에 이들 2개 정당이 이미 갖고 있던 의석 70석을 더하면 총 141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245석)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자민당은 '선거 대상 의석의 과반', '선거 대상이 아닌 선거구를 포함한 전체 참의원 의석의 과반'이라는 보수적인 기준을 이번 선거 승패의 가늠자로 제시했는데, 두 가지 기준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개헌발의선에는 못 미쳤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을 하려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인 164석이 필요하다. 연립 여당 외에 개헌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일본유신회와 무소속까지 모두 포함해도 개헌발의 가능 의석 수에 4석이 부족한 160석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담는 개헌 추진에 대한 유권자 평가로 규정하고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선거운동에 집중해왔다.

개헌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강공 일변도인 대(對) 한국 정책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같은날 민영 아사히TV의 참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정상회담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해 먼저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와야 한다"며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강공모드를 계속 견지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로 자국 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선언에서 밝힌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국내외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지난 19일 중재위 구성에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며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뒤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고노 외무상이 밝힌 '필요한 조치'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일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은 오는 24일까지다. 만약 한국이 일본의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 나아가 일본 언론 등에선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카드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항 조치,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조치,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를 포함한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강화될 무역보복조치에 대응해 국가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삭제를 앞두고 소재·기술·기계장비를 도입하는 국내 기업에 최소한 자구조치를 취할 것을 안내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 삭제는 폭격가능 범위를 설정한 것이고 일본 경제산업성 고시는 정밀 폭격 대상을 지정한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삭제에 이어 구체적으로 규제품목이 지정될 8월말 고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본 공급선이 '수출허가내부규정(ICP)' 인증을 받아 저민감 품목에 대해 3년간의 특별안전포괄허가를 얻게 됐다. 한국 수입업체는 일본 공급선이 ICP인증을 받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일본 여론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규약이나 국제인권보호 측면에서 부당함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늘 일본 언론 사설을 보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일본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압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변화 가능성이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이 북한 관련 안보 의문점을 제기하며 탄소섬유, 공작기계 등의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긴급 데미지 컨트롤(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교섭도 적극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종일 전 주일대사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에서 아베 강경조치 찬성이 60%, 반대가 40%다"며 "감정적인 대응 대신 자유민주주의적인 질서 안에서,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접근해 (일본 국민들을) 설득해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에서 제기하는 특사 파견에 대해서 "공개적인 특사는 부담스럽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표명하면서 "지금은 공개적인 제안을 서로 주고받고 하지 말고 조금 이면에서 좀 무게 있는 정치인들이 일본에 가서 얘기를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고 막후 협상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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