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견조…일부 소재기업 반사이익

WTO로 간 일본 수출규제…정부, 철회 압박.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벌이고 있는 한일 무역전쟁에도 국내 증시는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우려했던 바와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종대표주들은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또 SKC코오롱PI,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후성 등 일본 소재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단기 급등하는 모양세를 연출하고 있다. 다만 하나투어, JYP엔터, 롯데쇼핑 등 여행, 엔터테인먼트, 유통과 같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기업들은 주가가 빠지며 고전하고 있다.

23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발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일본으로 날아가 부품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 알려지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에 불똥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번 규제 대상 리스트에 오른 품목들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90%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는 듯 했다. 소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이 배제되면 이들 각각의 품목이 일본 정부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는데 통상 석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만약 일본이 의도적으로 막고자 한다면 그 이상의 통제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라는 업계 전망에 우려가 증폭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주가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일 종가 4만6600원 대비 600원 올라 4만72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일 종가 7만원 대비 12% 오른 7만8400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라 단가 상승 가능성이 대두되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공정상 필요한 재료의 수급 다변화 움직임이 일면서 관련 기업들에 우호적인 투자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 보유하고 있는 재고물량이 당장 소진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관련 소재 공급처가 일본에서 중국이나 국내로 확대될 가능성이 대두되며 해당 업체의 주가는 단기 폭등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SKC코오롱PI,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후성 등의 기업을 꼽았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22일 종가를 비교해 보면 SKC코오롱PI는 3만150원에서 3만1800원으로 5.5% 상승했으며, 동진쎄미켐은 1만1850원에서 1만5650원으로 32.1% 올랐다. 또 솔브레인은 4만9450원에서 6만5700원으로 32.9% 올랐으며, 후성은 7460원에서 1만850원으로 45.4% 폭등했다.

반도체기업들의 선전과 달리 한일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 여행 취소율이 급등하면서 해당 상품 비중이 높은 여행사나 일본향 여행객 수송율이 높은 저가항공사(LCC) 등이 유탄을 맞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반일 감정으로 인해 하나투어 재팬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며 ‘하나투어’에 대한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하나투어는 7월 1일 종가 5만1400원에서 22일 종가는 15.3% 하락한 4만3550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는 노선이 다변화 돼 피해가 상대적으로 분산되지만, ‘진에어’나 ‘티웨이항공’ 같은 일본 수송 비중이 높은 항공사 투자는 단기적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에어의 경우 지난 1일 종가 2만1300원에서 22일 종가는 19% 하락한 1만7250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도 1일 종가 6640원에서 22일 종가는 14.5% 빠진 5680원을 나타냈다.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패스트패션(SPA) 산업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는 온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유니클로를 대체할 기업으로 ‘신성통상’의 수혜를 예측했다. ‘올젠’, ‘지오지아’, ‘앤드지’, ‘탑텐’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성통상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성통상은 지난 7월 1일 종가 1100원을 기록했으나, 22일 주가는 1350원으로 마치며 22.7%나 급상승했다.

하지만 유니클로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유니클로 손익 감소에 따른 지분법 평가손익 감소도 문제지만, 한일 무역분쟁 장기화시 롯데가 친일본 기업이라는 국민 정서가 확대돼 롯데 자체에 대한 브랜드 타격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1일 종가 16만5500원을 기록했으나 불과 3주만에 12.4% 하락하며 22일 종가 14만500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한일 무역분쟁이 '현재진행형'이라는데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유승민 연구원은 지난 15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조만간 일본은 추가적인 제재를 통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올릴 가능성 높으며, 그 대상은 대일의존도가 높고 우리나라의 수출에 영향이 큰 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반도체에 이어 일본의 공격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산업은 자동차와 기계 등이다. 반도체는 글로벌 벨류체인 때문에 전세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본의 움직임에 반대 여론이 생기기 쉽지만 자동차, 기계 등은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주는 영향력이 부분적이라 비난 여론을 피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예측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 발의를 위해 필요한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상당한 국민적 지지는 확인된 상황에서 더욱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금융투자업계도 숨죽이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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