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의원, 기재위 전체회의서 한국은행에 촉구
"기존 금융시스템과 경쟁 불가피…관련 대책 내놓아야"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북갑)은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 등 금융규제당국이 내년 출시 예정인 페이스북 리브라 등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유승희 의원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페이스북이 당초 내년 출시 예정이었던 자체 가상통화 '리브라(libra)'를 규제당국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이 적시에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북갑)은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같은 디지털 암호화폐(가상통화)는 낮은 수수료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민간화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유 의원은 "리브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와 차별화된다"며 "우선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의 경우 가치를 담보할 자산이 없어 가격 변동성이 심하지만 리브라는 달러 등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소한다. 그리고 누구나 검증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비트코인과 달리 리브라는 인증받은 회원사만 운용시스템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고 양자를 비교했다.

이어 "디지털 화폐라는 변화가 오고 있고 막을 수 없으며 막아서도 안 된다"면서도 "금융 관점에서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선행돼야 하고, 자금 세탁,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감시하고 규제할 제도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시스템 무력화와 통화정책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데이비드 마커스 캘리브라(페이스북의 가상통화 자회사) 대표는 지난달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히자 주요 국가들이 리브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규제 우려가 해소되고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미국 상원에 제출했다.

마커스 대표는 의견서에서 "리브라는 핀테크 역사상 가장 폭넓고 가장 광범위하며 가장 조심스러운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들의 사전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며 "리브라를 운영할 별도기구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이 나라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브라가 미국의 돈세탁 방지 규제도 준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리브라는 기존 통화와 경쟁할 생각도, 통화정책 수립에 나설 의향도 없다"며 "통화정책은 앞으로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당초 이르면 내년 초 전 세계 3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가상통화 리브라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각국의 화폐와 달리 환전이 필요 없고 송금과 결제에 드는 수수료도 거의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이런 발표가 나오자 미국과 유럽 금융 규제당국은 리브라 발행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페이스북이 계획한 디지털 통화가 돈세탁 업자나 테러리스트의 자금관리인 등에 의해 잘못 이용될 수 있다"며 "이는 진정으로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통화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돈이 아니며 그 가치의 변동성이 크고 허공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쓴 바 있다.

16일·17일 열린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은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질타했다. 또 달러화를 통해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기를 드는 국가들을 제재해야 하는데 리브라가 달러화의 그런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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