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아냐" 발뺌 …WTO 일반이사회 겨냥 홍보 해석도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자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보도에 따르면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설명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대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니라 ‘수출관리 체제 점검 차원’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통신은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에 반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규제 강화는 '보복이 아니라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라는 일본 입장을 전달해 이해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와 같은 여론전에 가세했다.

교도는 외무성을 인용해 "조치는 적정한 수출관리의 재검토"라며 '징용공 소송'을 둘러싼 한일 대립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 역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22일 도쿄도(東京都) 내에 있는 각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수출관리 강화에 관한 설명회를 합동으로 열었다"고 보도했다.

NHK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각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을 외무성에 모아 이번 조치를 포함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실무적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설명회는 수출규제 대상국이자 통상갈등 당사국인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형평성에 어굿난 일본측의 주장을 강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다.

참석한 각국 대사관 측에서는 한일 대립에 관한 견해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설명회에서는 한국이 배제돼 이에 대한 질의와 응답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명회 개최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유력 언론매체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통상보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따른 ‘방어’와 반박‘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일본 총리)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어리석은 무역 보복'이라고 비판하며 해제를 촉구한 바 있다.

이어 "일본 지도자는 정치적 분쟁에 통상무기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본이 이웃국 한국을 상대로 시작한 어리석은 무역전쟁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WSJ와 영국의 FT 역시 이달 초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번 설명회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 하루 전에 열렸다.

국제기구에서 다뤄진 중대 사안에 대해 설명회를 개최한 일본은 불공정 무역 규제와 더불어 불평등한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국제 사회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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