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 '사면초가'…곳곳 암초에 하반기도 '살얼음'

-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글로벌시장 수요 위축 

- 日수출규제까지 본격화 업계 불확실성 확산 '긴장'

- SK하이닉스, 2분기 '어닝쇼크'  영업익 전년比 89%↓…3년만 최악
- "하반기 실적 관건은 공급 조절" '메모리 감산' 체제 본격화

- 삼성전자도 '비상체제' 돌입 '인위적 생산조절 없다' 원칙속  생산라인 탄력적 운영 관측

5일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밝혔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사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가 올 상반기 깊은 침체를 보인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하반기에도 쉽게 회복국면으로 들어서질 못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 수요가 위축된데다 하반기에는 지난 4일 발효된 일본의 핵심 소재·부품 수출규제가 본격화 돼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을 공식화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도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분기(6조7727억원)보다 5% 줄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0조3705억원)에 비해서는 38%나 급감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6조4724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분기(1조3665억원)보다 53%, 1년 전(5조5739억원)보다는 무려 89% 줄어들었다. 지난 2016년 2분기(4529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흑자를 기록한 것이며 분기 흑자가 1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평균(매출 6조4300억원, 영업이익 74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못 미쳤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 13조2249억원의 매출과 2조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31%와 80%가 줄어든 수치다.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메모리 제품의 수요 둔화로 인한 출하량 감소와 가격 급락 때문이다. 또 환율 요인과 재고 평가 손실 등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 측은 2분기 실적에 대해 "D램의 경우 수요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모바일과 PC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데 힘입어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3% 늘었으나 평균판매단가(ASP)가 24%나 떨어졌다"며 "낸드플래시도 출하량은 40% 증가했지만 가격은 25%나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의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모두 조정하기로 했다. 우선 D램 사업의 생산능력을 오는 4분기부터 줄이기로 했다. 최근 성장세에 있는 CIS(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낸드플래시 사업도 당초 올해 웨이퍼 투입량을 작년보다 10% 줄인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를 15%로 더 낮춰 잡으면서 감산 폭을 확대했다.

특히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하반기 실적의 관건은 공급 조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올 2분기 실적 공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경영설명회)에서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D램은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한 점을 감안해 3분기 출하량이 하향 조정되면서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후반 퍼센트로 증가하고 연간으로는 작년 대비 10% 초중반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낸드의 3분기 출하량 변동은 크지 않으며 연간으로는 작년 대비 40% 후반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재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밴더(거래업체) 다변화, 공정 투입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는 31일 올 2분기 실적 확정치 발표와 함께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생산 조절'은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품목별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시장 수요에 따라 메모리 생산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성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함에 따라 3분기 실적도 당초 전망보다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부터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 자체 감산으로든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인해서든지 반도체 공급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 따라 가격 변화가 올 것이고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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