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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日 폭력적 태도에 품위 있게 대응하자김학성 강원대 교수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07.30 11:36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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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 교수<법학 전문대학원>
얼마 전 청와대 고위공무원이 강제징용관련 대법원판결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친일파와 매국노로 보아야한다는 지상보도를 접하면서, 매우 당황했다. 소위 법학자의 입에서 단순 이분법적인 접근을 당연시하는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접근이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기저에 깔려있다고 하는 점이다.

이번 한일 간의 갈등은 갈등을 증폭하고 부당하게 확전시킨 것은 일본이지만, 문재인 정부도 갈등의 불씨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문대통령은 전임 박근혜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 전임 대통령이 외국과 맺은 약속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계승하겠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 간의 신뢰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을 불신하면서 경기 중 골대를 옮기는 나라라고 비아냥거렸다. 위안부 합의파기로 한일 간에 기름이 뿌려진 상태에서 작년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은 한일갈등에 불을 질렀다.

이에 일본은 세계 경제무역질서를 위협하는 테러에 가까운 경제보복을 노골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 역시 질세라 일본에 대한 직접적 '경고'와 함께 '이순신의 12척'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드 사태 때 문대통령이 중국에 보인 미지근함과는 사뭇 다르다. 사드사태 때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험했다면, 이번에는 일본에 내재된 제국주의의 속성을 경험하는 것 같다.

■민감한 정치사안엔 '소극적 접근'

1965년 한국과 일본은 '한일 재산 및 청구권 문제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을 체결하였다.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은 "양 체약국에 대한 국민의 재산·권리에 관한 청구권과 양 체약국 국민간의 청구권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책임이 해결되었다고 보고 있다. 또 2007년 노무현 정부가 특별법('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7만 여명에게 6000여 억을 들여 보상을 한 것 역시 일본과 궤를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법원이 이해한 것과 같이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청구가 가능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론적으로 나름의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외교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일수록 '소극적 접근'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청구권협정의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미 완결되었다고 보는 논리전개를 틀렸다고 보기 어렵고, 우리 정부의 지난 선례도 있기에 또 이미 보상금(위로금·의료지원금)을 받은 피해자들과의 형평을 위해서도 이에 대한 배상은 일본으로부터 협력기금을 받은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일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에 대해서는 ICJ(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차제에 일본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소상히 홍보할 수 있고, 대법원의 판결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판단 받을 기회도 되며, 시간도 벌고, 냉각기를 가지고 확전을 막으면서 화해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승소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노예제도는 국제법상 절대적으로 금지되며, 이는 모든 국가를 구속하며 국가 간 합의도 무효가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노예나 다름없는 강제징용의 경우, 징용과정에 강제성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지만 징용현장은 노예 그 자체라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중요판결의 영어 번역문을 연 60건 정도 게시하고 있는데 징용판결에 대해서는 영어 번역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가질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다.

■'친일' '반일' 치킨 게임 이제 그만

지금 일본은 수치를 모르는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세계 11위 경제력 한국, 세계 5위의 부품소재수출국가(일본은 4위)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은 우리가 일본에 많이 못 미치지만, 차제에 한국에 함부로 싸움을 걸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자. 나에게 욕설을 한 상대에게 욕설로 갚기는 쉽지만, 점잖게 대할 수 있어야 품격이 드러나는 법이다.

정치적 지도자들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 자기편을 결집시키는 진부한 수법을 애용하는데,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반미주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남미 일부 지도자들, 인종차별에 신경 쓰지 않고 백인만 의식하는 미국의 트럼프, 경제보복카드로 참의원 선거에서 낙승한 일본의 아베가 그렇다, 단호한 대응의지를 표명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정부는 한일문제를 친일과 반일의 선악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의견에 친일 딱지를 붙이는 행태는 반공시대의 색깔론과 다르지 않다. 한일 간의 갈등은 친일 반일의 두 개의 그릇에 담을 수는 없다. 외교는 하나 주고 하나 받는 타협이 되어야지, 죽느냐 사느냐의 치킨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가를 과거 역사와 민족 감정에 강하게 결부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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