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테라 인기에…카스 ‘물량 떠넘기기’ 의혹
잊을 만 하면 매각설 ‘솔솔’…모기업 AB인베브 부채 탓

▲ 사진=오비맥주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연이은 구설수에 휘말린 오비맥주의 ‘국내 맥주 1위 기업’ 타이틀이 위태로운 모양새다.

일본 불매운동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물량 떠넘기기 의혹과 함께 매각설까지 빚어지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내놓은 ‘테라’ 열풍 속 기를 못 펴고 있어 더욱이 고심이 깊어진 실정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24일부터 내달 말까지 국산맥주의 소비 촉진과 판매 활성화 차원에서 카스 맥주의 출고가를 패키지별로 약 4~16% 인하해 도매사에 공급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ml 기준 출고가를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4.7% 인하했다. 같은 기간 발포주 ‘필굿’의 가격도 최대 41% 가량 낮췄다.

오비맥주 측은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국산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촉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또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의 취지를 반영해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막상 소비자들은 오비맥주의 할인 정책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류도매상들이 할인 전 금액에 매입한 재고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출고가 인하를 적용할 경우 손해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집단 거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6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긴급 이사회까지 열고 오비맥주의 할인 정책에 반발했다.

또 오비맥주의 한시적 할인가 정책은 결론적으로 도매상에 사재기를 조장해 재고 물량을 떠넘기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유승재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할인 전 가격에 산 카스의 재고를 싸게 팔아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유통 거래 질서에 혼선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오비맥주 측은 “기매입 제품의 가격까지 인하할 것을 강요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도매상들의 이 같은 반발 배경에는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테라’의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테라’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터에 ‘카스’의 판매량이 예년만 못하다”며 “도매상 입장에서는 재고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지난 4월 출고가 인상과 6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전 할인가 적용까지 올해만 하더라도 3차례나 가격 변동이 있던 셈”이라며 “출고가 변동 이슈에 맞춰 사재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재고 부담은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매각설 역시 오비맥주에겐 악재 중 하나다.

오비맥주 측은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회장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매각설을 적극 부인했지만, 결론적으로 모기업인 AB인베브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AB인베브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에 호주 사업 부문을 113억달러(약 13조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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