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동북아를 유린하고 미국에 대항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다 미국의 원자탄 두 방에 백기를 든 일본이 기적처럼 부활해 세계 경제대국 2위자리까지 치고 올라가는 데 선봉에 선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가 일본의 동북아를 포함한 대외 정치와 전략의 주류들을 길러낸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와 경제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해 지난 1979년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을 세웠다. 우리에게도 한때 유행했던 '내셔널' '파나소닉'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인 그는 10년간 지인들에게 자문을 얻어 정치·경제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해 정경숙(政經塾)을 설립했고 설립 후 18년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졸업생중 45%를 정치인, 30%을 기업인으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79년에 설립한 '마쓰시타정경숙'은 사재 70억엔과 그룹의 출연 50억엔을 합쳐 세워졌다. 정경숙은 설립 초기에는 5년, 이후에는 3년간 모든 생활비와 교육비 그리고 매월 일본 대기업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해 정치·경제·세계·인간·경영·국가관의 분야를 교육하고 경험하게 해 일본에 필요한 정치경제 엘리트를 양성했다. 바로 이들이 지난 40여 년간 축적한 교육과 경험을 내세워 일본의 정치와 경제를 일사분란하게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정경숙을 보면서 지난 2015년 12월 한샘 창업자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4400억원을 투입해서 설립한 공익법인 '여시재(與時齋)'에 생각이 멈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여시재는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로 통일한국과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세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5년 12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해 설립된 공익법인입니다"라는 소개문이 나온다.
또 '여시재(與時齋)'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라는 뜻으로 '시대와 함께 가면(與時偕行)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던 '주역'의 풀이에서 비롯됐다. 영문명 'Future Consensus Institute'는 동시대인들의 지혜와 협력을 통해 미래를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여시재에 참여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한일간 무역전쟁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궁금하기만 한 상황이다.
한일간 무역전쟁에 대한민국 국가 엘리트들이 숨죽이고 있을 때 민초들이 나서 일본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마치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을 넘보던 왜구에 맞서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싸우던 민초를 보는 듯하다. 일본에 대응하는데 여야가 나뉘고 정경숙에 맞설 싱크탱크 집단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부도 대응하기가 벅차 보인다. 국민들이 나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확산에 나서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찌보면 부러워하면 안될 일본 정경숙이 부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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