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음 타깃은 "탄소섬유·전기차"…'韓 백색국가 제외' 임박

- 日, 한국 압박 큰 품목 중심 2차 '핀포인트 공략' 채비 
- 공작기계·평판디스플레이 등  추가 제재품목 '유력' 거론

- 정부, 수출제한 대상 확대우려 관계부처 공조 중장기대책 속도

- 전문가들 "日, 세계여론 의식 추가제재 수위조절 가능성" 과도한 위협론 경계…대응 주문

‘서대문 형무소’에서 반일을 외치다.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이 다음달 초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다각도로 대응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아베 일본 정부의 조치에 과도한 불안감을 갖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자유무역과 국제분업이라는 국제 사회 여론의 압력을 의식해 한국 정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과도한 조치를 추진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30일 일본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다음달 2일 우리나라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총리 주재의 각의(내각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각의 개최일을 고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다음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지난 1일 일본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감광액)·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 수출허가 요건을 강화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각의 날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더라도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현실화되면 수출제한대상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추가 보복에 대해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관계 부처가 긴밀히 공조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다음달 초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다각도로 대응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출장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통상 측면에서는 WTO 제소나 아웃리치(대외접촉)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100여개 대(對)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개별 건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지난 2004년부터 전 세계 27개국만 해당되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포함되면서 그동안 수출입 통관 절차의 편의를 받아왔다.

일본은 한국경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부터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 신문과 NHK 등 일본 매체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평판디스플레이가 유력한 추가 제재품목으로 꼽힌다고 최근 보도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장비는 국내 수입 물량 중 82%가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고 금속 공작기계도 일본 의존도가 40%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가 주요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은 수소경제에 필수적인 수소연료탱크 제조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도레이, 데이진,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기업 3사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 육성할 계획인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등도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9일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 대일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이 48개에 달한다"며 "이들 품목이 속한 산업은 수출 규제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번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처럼 일본 경제에는 영향이 적으면서 한국 경제에는 압박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핀 포인트'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색 국가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바로 한국으로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조치가 수출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정상 수출의 경우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반도체처럼 한국 산업 내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개별 건건마다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는 방식으로 통관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식료품, 농수산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 품목에 잠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과거 수출 통관 절차에서 편의를 받았을 때에 비해 규제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전면 수출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만큼 일본 정부의 조치가 나오면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장)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더라도 비화이트리스트 국가를 대상으로 일정한 품목의 수출규제편의를 제공하는 포괄허가제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다음달 화이트리스트 제외 후 후속 고시 개정을 통해 포괄허가제 대상 품목을 정하면 비로소 수출제한품목이 확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 정부도 세계 각국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WTO 제소 등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을 예상한 만큼 우리나라에 경고를 보내는 수준으로 낮은 강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과도한 위협론을 경계하면서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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