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아내가 출산할 때 남편이 휴가를 낼 수 있는 '아빠 출산휴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우자 출산 휴가일수를 기존 3일 유급, 2일 무급을 합한 최대 5일에서 최대 10일 유급 휴가로 확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의 확산에 이어 아빠 직장인에게도 충분한 휴가가 주어져 임직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4일을 시작으로 '아빠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늘렸다. 둘째를 낳으면 15일, 셋째를 낳으면 20일을 쉴 수 있다.

또 쌍둥이를 포함해 다태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20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출산일 30일 이내 사용해야 했던 규정도 출산 3일 전부터 90일 이내로 완화됐고, 두 차례로 나눠서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부터 배우자 출산 휴가를 10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한 경우 배우자 유급휴가를 20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또한 지난달부터 아빠 출산휴가 1개월 사용을 의무화했다. 한화의 경우 현재까지 전체 남성 직원 4300여명 가운데 20여명이 이 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들은 노동자가 배우자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3일에 한해 의무적으로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지난 17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으나,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법안 통과는 계류된 상태다.

삼성, 한화, SK는 이에 앞서 선제적으로 10일 이상의 휴가를 도입한 사례지만, 아빠 출산휴가를 의무화한 기업은 한화그룹과 롯데그룹만 시행하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2017년 기준)'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전체 사업체의 인지도는 72.4%였고, 활용도는 4.1%였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55.2%로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이 제도를 활용한 반면 5∼9인 사업체에서는 1.4%에 불과한 노동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활용했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출산 휴가 사용에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남성 출산 휴가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사내 제도 미도입'이 83.0%로 가장 높았고, 동료 및 관리자 업무 가중이 15.3%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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