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보고서 "'경제적 리더' 이미지에 먹칠" 경고

▲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 후 고노 외무상이 먼저 이동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의 조치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6일(현지시간) 매슈 굿맨 선임 부회장이 펴낸 한일 갈등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및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을 두고 "일본은 한국의 대응이 과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초기 결정은 시점적으로 일본의 참의원 선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순수하고 긴급한 국가 안보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이번 조치는 일본의 보다 광범위한 이익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양국 모두 무역 분쟁의 여파를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상태이며 양측의 맞불식 대응은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비재 상품 등 양국의 핵심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한일 간 무역 분쟁이 국제 경제에도 연쇄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 있어 이번 분쟁의 '전략적 함의'는 더 클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한일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러시아의 영공 침입을 포함한 긴급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우선순위를 둬야 할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일은 중국의 역내 강압 및 국제적 규범 침해 행위에 맞서 협력하는 데 있어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번 분쟁은 아베 행정부 입장에서 역내 '경제 외교'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한 이후 그 공백을 메워온 점 등으로 인해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웃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경제적 리더'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갈등의 여파로 한국이 일본 주도의 역내 구상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낮아졌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발 물러서서 분쟁 악화를 피하는 것이 한·일 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며 한일이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들을 둘러싼 사안들에 대한 즉각적인 실무 협상을 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건설적 방식으로 이러한 협상에 참여하는 한,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강제노역 이슈에 대한 국제 중재에 동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리를 방기하고 개입 시기를 놓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종래에 이견을 좁힐 방안을 찾는 문제는 한일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은 '더 규모가 크고 경험있고 자신있는 행위자'로서 이 점에 있어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만약 일본이 역내 및 국제적 리더십에 따른 전략적 혜택을 계속 누리고자 한다면 리더십에 따른 부담 또한 받아들이고 싸움을 극복해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