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가등급 분류도 개편, 한국 A등급→B등급 '강등'… 추가규제 품목은 지정 안해

▲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관보 게재.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며 공포했다.

이에 따라 관보게재 21일 후인 오는 28일부터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롭게 된다.

또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면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상대국을 이른바 '백색국가'로 분류하고 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우리나라에 대해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1차 리스트 규제 품목으로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전환했고 이후 지금까지 이들 품목은개별허가를 받지 못했다.

만약 개벌허가를 받게될 경우 경제산업성은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이 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 이외에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폐지하는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변경했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그룹 A, B, C, D로 나누어 통칭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백색국가는 그룹A가 된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은 이번 공포로 그룹A에서 그룹B 국가로 지위가 강등된 셈이다.

그룹B는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하다.

또 그룹A 국가는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를 면제하는 혜택이 적용되며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그룹B 국가의 경우 수출할 때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해 한층 절차가 까다롭다.

그룹B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등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 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로, 그룹A에서 제외된 나라다.

그룹B로 한 단계 낮은 대우를 받게 되는 한국은 오는 28일 이후 나사, 철강 등 수많은 비규제 품목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다.

포괄허가취급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으로,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규모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데 따라 일단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들은 기존 반도체 업체 등 외에 현재로선 더 늘어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산업부 당국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하긴 힘들다"면서 "세부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수출규제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일반포괄허가란 일본의 전략물자 1120개 중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해서는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인정받을 경우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일본의 백색국가가 아닌데도 큰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때문이었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 포함됐을 때는 일본의 어떤 수출기업이든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CP 인증을 받은 기업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던 한국 기업들은 종전과 똑같이 3년 단위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 1300개중 공개된 632곳을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그러나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잘 갖춰놓지 못한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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