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3단체, '日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긴급 토론회
박재근 교수, "국가별 공급선 다변화해야…R&D 예산·인력, 소재·부품으로 확산돼야"

▲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계 3대 단체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 수출 규제 강화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호국) 제외에 따라 정부가 관련 소재·부품의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 대체 수준이 아닌 세계적인 품질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모든 품목을 국산화하기 힘든 만큼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국가별 다변화를 추진하되 국내 선정기업에 정부와 대기업이 장기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을 펼침으로써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권고가 제시됐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계 3대 단체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일본 정부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국가적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세계적 수준이 되지 못하는 소재·부품·장비를 사용해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 저하의 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라 하더라도 만약 국내 소재·부품·장비가 세계적 수준이 되지 못하면 사용을 기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별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한 국가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리스트를 작성해 이를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내에 핵심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그 뒤 정부는 정기적으로 국산화 추진 정도를 점검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된 품목에 대해서 대기업이 일정량 이상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업은 기업내 국산화팀 발족, 구매조건부 초기 개발참여, 세계적 수준 도달 소재·부품·장비 품목 일정량 구입 약속 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과거 1993년 세계 물량의 60%를 생산하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제조공장이 폭발해 당시 국내 반도체 업체 3개사는 2개월분의 재고만 있었다"며 "하지만 그 후 국내 업체를 포함해 다수의 소자업체가 중국, 대만 등의 업체로 수입선 다변화를 하면서 스미토모화학은 공장이 정상 가동한 뒤에도 충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업체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가 일본 소재·부품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지난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에도 일본으로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의 50% 이상을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초기 충격에 빠지면서 국산화를 추진하다가 업체 자체 재고 확보 및 공급선 다변화로 위기를 극복하자 흐지부지됐다"며 "이번에는 다시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국산화 정책 추진시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박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분야 R&D(연구·개발) 사업비와 신규과제 발주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국내 반도체 인력에 대한 교육과 취업이 소자·대기업 위주"라며 "대학교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의 소재·부품·장비 회사 R&D센터 파견 근무 허용, 근무업적평가 및 파견 수당 제공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부문 중견기업에 반도체 전문 인력이 확산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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