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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자충수 되나?국내 반도체 업계, 수출규제 대응 국산화 가속화
"국내 반도체 업계, 소재 시장 큰 손…공급선 다변화시 日 업계 타격 커"
  • 이욱신 기자
  • 승인 2019.08.08 15:24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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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효된 일본 정부의 한국향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일본 기업 의존도가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주최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가 간소화되는 안보 우호국)에서 제외한 조치가 우리 경제의 급소를 노린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일본 기업들을 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수요시장에서 큰 손인 한국 기업으로의 수출길을 스스로 막음으로써 국내 기업의 공급선 다변화를 유도해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에 회복 불능의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영향인지 일본 정부가 최근 한국으로 향하는 포토 레지스트(감광액) 수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효된 일본 정부의 한국향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일본 기업 의존도가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앞서 지난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기술계 3대 단체 공동 주최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일본 소재 수출 기업 및 우리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입하는 일본 IT업체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은 74%, 낸드 플래시는 49%,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시장에서 20%를 점유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32%, 글로벌 웨이퍼 사용량의 21%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시장의 대규모 수요처로서의 위상을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993년 세계 물량의 60%를 생산하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제조공장이 폭발할 당시 국내 반도체 업체 3개사는 2개월분의 재고만 확보하고 있어 소재 공급망에 큰 혼란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 후 국내 업체를 포함해 인텔 등 다수의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중국, 대만 등의 업체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스미토모화학은 공장이 정상 가동한 뒤에도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업체에 매각했다"며 과거의 경험을 환기시켰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국내 기업들은 소재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최대한 재고 물량을 확보하되 기술력이 검증된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공급받아 양산 과정에 투입해도 되는지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산가스 생산업체 솔브레인의 박영수 부사장은 앞서 언급한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관용기의 문제가 있지만 일본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역량이 있다"며 "9월에 제 2공장이 완공되면 일본에서 수입이 안 되는 고객사 공급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불산 가스 대체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솔브레인은 일본 스텔라 불화수소를 수입, 정제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한편 중국에서 원료(무수불산)를 가져와 직접 불화수소를 만들기도 하고 있다. 솔브레인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불화수소(액상) 국산화를 준비하고 있고 SK머티리얼즈는 기체 형태의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국산화해 올해 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보다 원천 원료인 중국의 무수불산 수출금지의 위험성을 더 우려하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에 불화수소와 함께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대체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포토레지스트 생산능력이 있어 관련 테스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지난 7일자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심사를 신청한 자국 기업에 1건의 계약에 대한 수출을 승인했다"며 "해당 품목은 포토레지스트"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또한 같은 내용을 전하며 "해당 품목은 삼성전자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 개별 수출심사에는 90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번 신청에 대해서는 1개월 정도 걸렸다"며 "경제산업성이 수출신청을 심사한 결과 해당 제품이 수출기업에서 적절하게 취급되고 있음을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일본 정부가 당초 공언했던 내용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의 공급선 다변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체는 원천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단시일내에 세계 시장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싸며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일본 소재업체 제품을 적극 활용했다"며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공급선의 위험이 노출된 이상 추후 한일 경색관계가 풀리더라도 국내를 비롯해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과거처럼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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