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회장 ‘여성비하’ 파문으로 경영 사퇴
일본기업 낙인 더해져 주가 급락, K-뷰티 파장 ‘일파만파’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사진=한국콜마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여성 비하 발언이 담긴 영상을 활용해 월례조회를 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에 대한 논란이 대국민 사과와 경영 후퇴라는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 줄 모르는 모양새다.

특히 일본콜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낙인까지 더해지며 불매운동에 대한 움직임이 거세진 상황에서 협력사 제품까지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최근 벌어진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이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7일 700여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월례조회 시간에 유튜버 ‘리섭TV’가 제작한 ‘화이트리스트 쉽게 설명하겠습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구설수에 오르내림에 따름이다.

해당 영상에는 ‘아베는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이제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9일 한국콜마는 본사 차원에서 한차례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지만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과로 화를 키웠던 바 있다.

당시 한국콜마는 “최근 한국콜마 월례조회 때 활용된 특정 유튜브 동영상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일관계 악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특정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동한 회장은 일본으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에 구입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적도 있고,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배우고 전파하기 위해 이순신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며 “역사적 인물인 문익점 선생과 관련된 책과 이순신의 조력자 정걸 장군이라는 책도 직접 출간 하는 등 나라사랑과 역사의식을 직접 실천하는 기업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도리어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기업 경영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회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회장님이 ‘동영상 내용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셨다”는 증언을 쏟아냄에 따라 여론은 더욱 싸늘해진 상황이다.

정치권 역시 앞장서 비판 서명을 내놓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직원 조회에서 정부와 여성을 비하하는 ‘막말’ 유튜브 영상을 상영해 논란이 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사건과 관련해 “편향된 식민사관으로 인해 열패감에 빠진 회장 개인의 정치적 관점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며 “해명인지 변명인지 불분명한 회사의 입장 발표로 논란이 더욱 커졌다”고 꼬집었다.

지주사인 한국콜마 홀딩스의 주식 6.22%와 한국콜마 주식 12.67%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측에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것은 물론 주식매각을 검토해달라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은 “국민연금은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국민연금기금과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준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에 대해 피해 배상 방안과 이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나아가 한국콜마 홀딩스와 한국콜마의 주식 매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일 한국콜마의 주가는 전날 대비 4.88%나 떨어졌다.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경우 무려 8.56%나 급락했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에는 한국콜마 불매운동에 나서자는 내용이 담긴 글들과 함께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제품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한국콜마의 자체 브랜드를 단 제품은 물론이고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조된 타사의 제품들까지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또 일본콜마가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8% 가량을, 한국콜마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콜마의 전신으로 알려진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업계에서는 혹여나 자사에 불똥이 튈까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한국콜마 생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중소형사의 경우 더욱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와 위탁제조 거래 관계가 있을 정도로 OEM·ODM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코스맥스와 함께 시장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샤, AHC, 애터미 등 중소형사는 물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회사까지 모두 거래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로 인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애꿎은 협력사들이 피해를 입을까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벌써부터 협력사 측으로 거래를 중단하라는 항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불매운동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K-뷰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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