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 日 백색국가서 제외…김현종 "日전략물자 영향 '손 한줌'"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구체적인 안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강등 조치를 한 것에 대해 한국도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일본의 첫 수출규제가 단행된 뒤 끈질긴 설득과 설명 작업을 이어왔지만,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더는 일본과 무역 부문에서 공조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조치를 내놓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는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 장관은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12일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일본이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처럼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일 한국을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수출지역 분류 체계를 백색국가와 일반국가에서 A, B, C, D 등 4개로 세분화했다.

기존 백색국가는 그룹 A에 속하고 한국은 그룹 A에서 B로 강등됐다. 그룹 A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등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다.

그룹 B는 A처럼 4대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으나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A에서 제외된 국가다. 그룹 B는 그룹 A가 받을 수 있는 일반포괄허가와 유사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룹 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한층 복잡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 역시 지역을 세분화하고 일본의 등급을 한단계 낮추는 등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뀐다.

수출지역은 기존의 가, 나 지역에서 가의1, 가의2, 나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새로 신설된 가의2 지역에 넣었다. 가의1 지역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기존의 백색국가가, 가의2 지역은 일본처럼 가의1 지역의 조건을 갖췄지만 수출통제제도를 부적절하게 운용해 가의1에서 제외된 나라가 들어간다.

한국은 일본이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기 전까지 상응조치를 자제하며 양국 간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본이 개정안을 가결한 후에도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 등 상응조치 방침을 밝히긴 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 적용 대상인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을 1건 허용하고 지난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개정안 발표를 보류하면서 기류가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한국의 맞대응 조치가 이뤄지게 됐다.

이와 관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했으나 당장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은 만큼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차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1194개 전략물자 중 검토를 해보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전략물자는 '손 한 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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