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등 "안전장치 충분해 실효성 없다" vs 투자자들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수단"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23일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한 ‘프로그램매매 사전보고 제도’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존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 등 관련 담당자들은 사전보고제도 시행 이후 다양한 안전화 장치가 추가로 마련돼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낮아져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담당자들은 ‘프로그램매매 사전보고 제도’가 시장의 변동성을 줄여 안정화를 도모하고 기관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주던 제도인데 폐지 이후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없애려 한다며 시장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지난달 10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후속조치 등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의결한 내용 중에는 프로그램매매 사전보고를 다음달 23일부터 폐지하는 안도 담겨 있다.

프로그램매매란 주식 매매시 여러 종목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으로,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차익거래’와 기존 보유 자산의 포지션 헤지 또는 자산배분 목적의 ‘비차익거래’가 있다.

프로그램매매 사전보고는 파생상품 최종거래일의 종가단일가 매매((15:20~15:30)에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참여하려는 경우 15시 15분까지 종목명, 수량 등 호가정보를 사전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금융위 자본시장과와 거래소 주식시장부는 “이 제도가 선물옵션시장 개설 초기인 1997년 4월 미국시장을 벤치마킹해 도입한 제도이나 이미 미국에서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제도”라며 “이후 2003년 7월부터 종가단일가의 예상체결가격을 제공해 시세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고, 2004년 1월 랜덤엔드, 2014년 9월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VI) 등이 도입돼 다양한 시장 안정화 장치가 존재하는 만큼 사전보고의 실효성이 낮다”며 폐지 사유를 설명했다.

개선 방안으로 KOSPI200 위클리 옵션 상장에 맞춰 사전보고 제도를 폐지해 자유롭게 종가 단일가 거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게 금융위와 거래소의 입장이다. 특히 거래소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동적 안전장치(VI) 제도의 활성화에 사전 보고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차제에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사전 보고제도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 보고한 사람들만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15시 15분 이후 가격 변동성 확대를 확인한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갖더라도 프로그램 매매에 참여해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실무자와 개인투자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강제적으로 변동성을 완화시켜주는 제도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불과해 실질적인 변동성 완화에 실효성이 의문시 되며 오히려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매매 담당자는 “그나마 프로그램 사전보고제도가 있어 얼마나 많은 물량이 나올지 예측해 급격한 변화가 있을 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직접 매매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제도 폐지의 심각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2010년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 때도 보았듯, 이런 정보와 자금을 대규모로 이용하는 집단은 외국계 기관들"이라며 "그나마 변동성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장치인데 명확한 시뮬레이션과 검증과정 없이 너무 쉽게 제도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9월부터 위클리 옵션이 도입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옵션만기가 한 달에 한번 돌아왔지만 내달부터는 매주 한번 옵션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매주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관리가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코스피200 위클리옵션은 내달 23일 상장된다.

이에 대해 거래소 주식시장부 관계자는 “제도의 도입에 앞서 시장 참여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으며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야 할 제도인데 여러 시장상황에 맞물려 오히려 제도 폐지가 늦은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보고제도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해 매매에 활용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제도의 근본 도입과 폐지는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둔 것이지 투자정보 제공에 있지 않다”며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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