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일부터 내년 나라에서 쓰일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정기국회가 열린다. 대통령 탄핵과 여야정치 투쟁, 분당 등 파란만장했던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다.

지난해 결산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구성이 18일로 완료되고, 결산 심의는 이달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각 당이 예결위원을 발표한 이후 국회의 예결산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예결위 여야 간사들은 19일부터 결산을 위한 일정 조율에 착수, 이달 말까지 심사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결산 심사는 본예산 편성 때 삭감된 사업이 지난 추경에 들어간 것도 있고, 본예산에 넣어두고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부분을 결산때 확인한다. 이후 10월께 예산이 투입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국정감사가 끝나면 여야가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 심의에 돌입, 올해 말까지 확정해야 2020년 1월부터 집행된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은 국내외 엄중한 변동성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우리와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푸는 금리 인하 정책에 우리도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와 지난 13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2020년도 예산안을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한해 살림살이인 예산을 보면 지난 2017년 400조5000억원, 2018년 428조8000억원, 2019년 469조6000억원으로 400조원시대로 진입한 이후 내년도 예산이 500조원대를 넘어설 경우 가파른 증가 추세다.

경기침체와 함께 초고령사회에 따른 공공 복지수요와 실업대책에 쏟아 붓고 있는 예산은 그 규모가 커지면서 3년만에 100조원이나 증가했다.

당장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부분에 일본의 한국 반도체 산업 싹자르기에 대응해야 하는 소재 부품 산업 육성, 동북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방위비 증가, 경기부진에 따른 수출활성화 지원 수요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17억7000만달러 흑자지만 흑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억 3000만달러(24.7%) 줄어 들었다. 또 상반기 수출 규모는 2777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3077억7000만달러에서 300억5000만여달러(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주력 품목들이 미중 무역 및 관세전쟁에 따른 수요부진과 경기위축에 따른 수출부진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더욱 격렬해진 미중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일본의 대한 반도체 소재를 포함한 한국의 경쟁산업 옥죄기가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부품조달이 여의치 않아 수출전선에 이미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장 미중, 한일간 무역과 경제보복이 연내 쉽게 풀릴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예산을 심의·결의하는 국회가 국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국면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수출로 지탱하는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는 모든 지혜를 짜내서 수출을 일정한 수준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수출전선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대외 경쟁기업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당장 일본의 소재부품 규제로 발목이 잡힌 국내 기업들의 지원부터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심의가 이뤄져야 할 판이다. 예산 증가가 불가피한 돌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금 당내 정치투쟁과 대정부 투쟁 관련 구호만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달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따질 것은 따지고 경기하방 방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먼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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