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1강 3중'… NH, KB, 하나, 신한 '용호상박'

▲ 출처:게티이미지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은행계 증권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며 증권사 순위도 지각변동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나 한국투자증권 등 소위 은행계나 산업계가 아닌 독립계 증권사들이 선두권을 형성하며 종전의 시장을 이끌어 왔으나, 비금융 분야 확대에 대한 요구와 규모의 대형화를 통한 한국형 투자은행(IB)의 필요성 대두에 따라 그간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던 은행계 증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2분기 실적 공시가 끝나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 성적표도 나란히 나왔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 순이익 4000억원 내외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이 2872억원로 4위를 기록해 높은 성장세를 증명했다.

반면 전통적인 위탁매매에 강점이 있는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이 시장 축소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은행계 증권사간 경쟁이다. 소위 자기자본 기준 톱10 증권사 가운데는 은행계 증권사 4곳이 포진해 있다. 선두는 NH투자증권이다. 과거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바뀐 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빅3 증권사가 된 NH투자증권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2972억원을 기록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추격을 100억원 차로 간신히 따돌렸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예상을 16.3% 하회했다”며 이익 감소 이유를 “거래대금 증가와 위탁매매 점유율 상승에 따른 수탁 수수료 수익은 양호했으나, IB 및 상품운용관련 수익이 줄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같은 IB본부장 출신 대표이사로 취임 첫해 영업이익 1조를 목표로 상반기 눈부신 성적을 올린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과 비교해 NH 정영채 사장은 표정관리가 어렵게 됐다.

NH투자증권 뒤를 잇는 은행계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순위는 KB,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순이다. 이들 세 증권사간 경쟁은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그대로 여의도로 옮겨놓은 듯 하다.

KB증권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18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5% 증가, 하나금융투자는 당기순이익 1526억원으로 같은 기간 43.3% 증가, 신한금융투자는 당기순이익 1427억원으로 같은 기간 21.9%가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실적의 일시적 악화는 전통적인 자산관리 강자로서 상반기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자산관리부문 순이익이 악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 486억원을 기록했던 자산관리 순이익이 172억원으로 64.6%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KB증권은 상반기 실적으로 톱5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합병 후 최대 성적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법인영업에 강점이 있던 한누리 증권이 전신인 KB증권은 이후 현대증권을 인수해 상위권 증권사로 급성장했다.

박정림, 김성현 투톱 시스템을 가동해 자산관리(WM) 전문가 박대표와 투자은행(IB)전문가 김성현 대표가 시너지를 낸 결과물들을 내고 있다. 특히 박대표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고 금융상품 잔액을 반년 만에 5조원 이상 늘리며 25% 늘린 것과 김성현 대표가 대형증권사의 흐름인 IB강화로 상반기 IB부문에서 799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9일 유상증자를 마치고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비상할 채비를 끝냈다.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IB 전문인력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증권의 성장을 경험한 대체투자(AI) 전문가 우경원 심사부장, 김앤장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 김현수 팀장 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자산관리 부문 실적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는 하나 IB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량을 신한금융투자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결코 약점이 아니며,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GIB사업을 통해 IB부문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상반기 실적에서 가장 눈부신 변화를 보여준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10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며 중흥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작년 한해 3월과 11월 각각 7000억원과 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선 하나금융투자는 지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초대형IB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톱10에 오르진 않았지만 증권업 출신 금융지주회장인 김지완 회장 휘하의 BNK증권과 현대중공업에서 DGB금융그룹의 일원이 된 하이투자증권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지주들이 증권사를 주요 수익원이 아닌 포트폴리오 정도로 여겼지만, 금융부문 수익에 한계가 드러나고, 영미와 같은 투자은행 육성의 여건이 성숙했다고 판단해 계열증권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에 자극 받은 부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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