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 全부대 실태조사"…실제 사용 더 많을 가능성 높아

▲ 가습기 살균제.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등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가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12곳이 800개 이상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등 3종이 복무중인 군인과 관련자들에게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 18일 해군 제6항공전단과 해군사관학교 등 수십 개 군 기관에서 '가습기 메이트' 등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동안 많은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가 군부대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특조위 발표에 대해 19일 "현재까지 군 피해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군 복무 중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했던 이 모(30) 씨는 이곳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 이씨는 폐 섬유화 진단을 받았고 2016년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했다. 이후 그는 2017년 폐 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이씨와 같이 폐 손상을 입은 사례는 앞으로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이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각각 290개(2007년∼2010년), 112개(2009년∼2011년)를 구매해 사용했다.

또 2008년 10월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390개 구매·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군 병원 병동에서 생활한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대대 생활관 내에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군 제20사단과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등에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구입 기록이 없이 사용한 사례다. 실제로 실무부대에서 물품구매비나 운영비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한 경우 별도로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군에서 기록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조위는 27일부터 열리는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청문회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군의무사령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군대 및 군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구매·사용 및 피해 발생 가능성 인지 여부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 등을 물어보고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실태 전수조사 및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졌을 때 군대에서 사용 실태와 피해자 등을 조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앞으로 전 부대를 대상으로 군의 피해 여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금지된 2011까지 수년 동안 수백개 가량의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한 군 장병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진입한 청년층이 현재 폐질환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군대 내 가습기살균제 구매·사용 목격자와 군 복무 중 가습기살균제로 의심되는 건강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피해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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