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권 앞두고 중소연구소 성과 죽이기 시달림 견디며 상품화

▲ 김희정 경원엔터프라이즈 대표

<편집자 주= 일본이 반도체 기초소재와 중간재 한국 수출금지 규제 등에 나서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삼 기초소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기술은 사서 쓰면 된다’는 인식에서 이젠 그 기술이 무기가 될 수 있고 기업의 흥망이 달린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본지는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한 여성기술인의 탄식을 재조명해본다. 이 개발자는 미국 유학후 국내로 복귀, 연구소를 설립 후 수많은 특허를 냈다. 그중 물을 이용한 무세제 세탁기과 세정수 제조장치 2가지를 세계 기술표준으로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지난 10년간 기술탈취를 방어하기 위해 법적투쟁과 연구개발에 혼신해 왔다. 그 질곡의 10년을 견디며 올해 일반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세제 세탁수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여성기술인의 이같은 여정은 '脫일본, NO 재팬'을 외치는 지금 상황에서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한 중소연구소 개발자의 연구과정과 성과, 그리고 상용화의 대장정을 살펴본다.>

전 세계인들이 남녀노소가 쓰고 있는 컴퓨터 운영체계(OS)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는 그 개발특허 하나로 세계 1위 갑부 반열에 오른 뒤 창업 이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컴퓨터야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자들이 제한될 수 있지만 우리가 입고 먹는 옷이나 그릇은 세탁하거나 설거지를 해야 한다. 전 세계인 누구나 그렇다.

옷이나 그릇을 세탁하거나 설거지 할 때마다 세제나 세정제를 썼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각종 질병이나 크고 작은 부작용을 면치 못했다. 피부질환이나 가습기 살균제 등으로 인한 인명 사고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008년 6월 12일 당시 지식경제부는 이례적인 보도 자료를 냈다.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무세제 전기세탁기 및 무세제 세정수 제조장치,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으로 채택 완료’라는 제목과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 제품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정부기관이 일개 중소기업의 개발사례를 보도 자료까지 내가며 소개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었지만 그만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세제가 없는 물로만 세탁과 세정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 자료에는 “무세제 세정수 제조장치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분해장치로 일반물(pH 6.5-7.5)을 세정수로 변화시켜 일반 가정, 요식업소, 산업체에서 식기, 야채, 과일, 정밀부품 등에 부착된 오염물질을 세척하거나, 살균을 하기 위한 세정수를 만드는 것으로 주방 싱크대, 분수대, 전기비대, 식기세척기 등에 설치돼 세정수 공급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표준의 경우 국가 간 상호인정 확대로 WTO/TBT협정의 각 국가의 표준과 기술규정은 국제 무역에 있어서 장벽이 되지 않도록 국제표준이 제정돼 있을 경우 이를 채택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처럼 신기술 적용제품에 대한 국제표준 선점을 통해 수출기반 구축, 환경 친화적 제품 개발 촉진 및 생산 유도로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품의 상용화로 세계시장에 대한 선점 가능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기술을 이전시켜달라는 제의가 왔다. 뜬금없는 제의와 요구를 거절하자 그때부터 국세청, 감사원, 검찰 등이 번갈아 가며 압력을 넣었고 세무조사까지 벌어져 개발자가 쓰러지고 기업은 판로가 막혀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은 김희정 경원엔터프라이즈 대표다. 그는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양자물리학 연구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다 30여년전 한국으로 돌아와 연구소 겸 회사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개발품중 물 만으로 무세제 세탁기와 무세제 세정시스템은 IEC 국제표준으로 만든 세계 신기술로 인정받아 한국의 여성환경기술인 1호로 선정됐다. 지난 1998년에는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가 아시아 국가에서 최고과학자를 한사람씩 선정해 수상하는데 당시 혁신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속에서도 산업정책심의위원, 환경정책심의위원, 전국연구소장협의회 부회장, 산업기술유출방지위원회 화학분과위원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 및 사전조정 중점검토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경영혁신자문이사 등 연구와 국가기술관련 위원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경원엔터프라이즈 연구소에서는 그간 106개의 특허 중 72개국에 세계특허 15개를 등록했다. 김희정 대표에게 한국이 왜 기초 소재개발 연구와 상용화가 어려운가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해놓자 마자 이명박 정부시절 감사원, 국세청, 검찰에 시달리다 스트레스와 소송비로 병마까지 겹쳐 지옥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간 기술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기초 소재개발과 이를 상용화하는데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나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해 기초소재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본인이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국가표준으로 채택되고 2012년에 KS 한국표준으로도 채택된 무세제 세정시스템 개발사례를 예로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 일답이다.

▲무세제 세탁기와 세정시스템을 쉽게 설명한다면

우선 제가 개발하고 IEC가 인정한 두 제품이 세계 표준이 된 것은 아시아권에서 처음 제정된 것입니다. 세계 표준은 당시 우리 지식경제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 OECD 60여개국 전문가들이 서류심사에 이어 기술심사를 거쳐 정부기관에서 지정한 세탁, 살균, 탈취, 폐수중 COD, BOD 농도, 수질과 대기 그리고 인체 등에 영향이 기준치에 부합하느냐를 통과해야만 하는 기술입니다. 무려 4년에 걸친 심사와 평가를 거쳐 획득한 기술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2PPM 이하이지만 제가 개발한 물 분자를 이용한 무세제 세탁기에서 나온 폐수는 1.44 PPM으로 수돗물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나왔죠. 이래서 세계 기술표준이 된 겁니다.

▲획기적인 신기술이라서 기술탈취 먹잇감이 됐다는 데

당시 지식경제부에서도 이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됨에 따라 전 세계에 수출할 경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국가급 기술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상용화에 나섰습니다. 더 많은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기술을 넘기라는 제안을 뿌리친 이후 저희 연구소는 세무서, 감사원, 검찰직원들이 몰려와 2년 동안을 뒤졌습니다. 심지어는 우리와 거래하는 기업에게까지 거래내역서를 확인하는 바람에 모든 기술전수나 이전 등이 막혀 홀로 버텨야 했죠. 제가 국제표준 기술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당한 피해라고 봅니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어떤 기술을 인정했는지

원자력발전소와 원자력관련 근무자들이나 연구원들은 작업이나 실험시 입은 옷을 한번 입고 저준위폐기물로 특수보관처리 해야되기 때문에 비용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해보자고 해서 제가 개발한 세척설비를 한수원, 원자력연구원, 한빛원자력발전소 등이 공동 참여한 가운데 영광에 있는 한빛원자력발전소내 현장에서 세척시험을 했고 이를 통과했기 때문에 옷 등을 60회 이상 세척해서 입을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도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2004년도 주문한 2대의 세척설비를 제공했구요. 우리가 개발한 이 설비는 근무중 코발트나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을 완벽하게 세척하는 기술로 원자력연구원에서도 공인한 설비입니다.

▲국제표준 기술이 판로가 막혔는데 현재 기술 활용은 어떻게?

2000년 들어 법정관리중인 대우전자 세탁기에 제 기술이 적용된 무세제 세탁기가 경쟁사와 세제회사로부터 압력으로 판매가 중단되는 바람에 이를 아쉬워한 고객들이 통을 들고와서 무세제 세탁수를 부탁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해 일회용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로비스’에 이전해 이 회사에서 올해 ‘워터루’라는 상품으로 양산체제에 들어가 대박이 나고 있다고 하니 감개무량 합니다. 아시아나항공과 무인 세탁기 등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있습니다.

▲중소 연구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다는데

국가 지원없이 제가 연구소를 설립해서 자체 개발해 수질, 대기 오염물질을 차단하고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무세제 세탁기와 세정 기술은 국민과 국가가 지불해야할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전 세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품이 상용화돼 팔리지 않으면 자금난으로 회생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만큼 연구 성과에 따른 부침이 심하죠. 하지만 우린 그 개발품마저 기술을 탈취하고 방해한다면 누가 신기술에 도전하겠습니까? 기초소재 기술개발은 ‘묻지 마 지원’을 하되 개발이 되면 상용화 시키는데 국가가 나서야 기술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는 우리기술을 배척하는데 최근 중국측에서 오염된 물, 토양, 대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복원기술이 필요하다고 방문이 잇따르고 있고 자문을 해오고 있어 씁쓸합니다.

▲무세제 세척수 ‘워터루’는 어떤 제품인지

주방세제, 세탁세제나 샴푸 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품들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합성세제에 어떤 유해한 성분들이 포함돼 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합니다. 기존 합성세제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합성세제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세탁용 합성세제에는 계면활성제, 형광증백제 등 많은 종류의 화학성분들이 높은 함량으로 포함돼 있어 세탁 후에도 섬유에 남아 피부와 직접 접촉해 각종 피부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과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세탁후 합성세제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소 40회 이상의 헹굼이 필요합니다.

바로 그 문제를 제 연구소가 기술을 전수한 ‘로비스 주식회사’에서 계면활성제나 화학제가 첨가되지 않고 물 만으로만 만들어진 의류 세탁용 세탁수 ‘워터루’라는 제품으로 올해부터 생산하기 시작했고 주문이 폭주한다고 하니 9년간의 지옥 같았던 고통이 조금은 보상받은 것 같네요.

워터루는 세탁기능수 만으로 만들어져 세탁후 세탁물에 남을 수 있는 잔류 화학성분 걱정이 없으며 환경 친화적입니다. 이는 화학제나 계면활성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세탁후 합성세제 제거를 위해 필요했던 2~3회의 헹굼 공정을 단 1회의 헹굼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과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고 전체 세탁 시간도 그만큼 단축시켜 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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