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 균형 어려워 고민"…승진에 부정적이라도 더 적게 일하고 싶어해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20∼40대 직장인 기혼남성 절반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기가 어려워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1일 미취학 자녀를 양육 중인 20∼40대 남성 1000명(20대 97명, 30대 644명, 40대 259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0∼13일 저출산 인식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50.8%)이 '근무환경 때문에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려워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3.8%는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으며, 9.5%는 이직을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전체 응답자의 64.1%는 일과 생활에 불균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를 시행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지만 ‘프렌디’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렌디'(friend와 daddy의 합성어)란 친구 같은 아빠, 즉 좋은 아버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수의 54.2%는 승진에 부정적이더라도 적게 일하고 양육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답해, 2040 기혼 남성들이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가 된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으로 '경제적 어려움'(37.3%)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35.9%)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양육에 관한 지식·경험 부족'(24.4%), '경제적 어려움'(24.1%), '잦은 야근 및 휴가사용의 어려움으로 인한 양육시간 부족'(12.4%) 등으로 집계됐다.

세대별 특징을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양육정보에 접근하는 게 어렵다'고 했고, 30∼40대는 '잦은 야근으로 인한 양육시간 부족'을 꼽았다.

비교적 젊은 아빠들은 정보 부족, 30~40대 아빠들은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 때문에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이미지는 '친구 같은·친한' 아버지(4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상한·인자한' 아버지(12.1%), '잘 놀아주는' 아버지(9.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권위 있는·단호한' 아버지는 0.1%에 불과했다.

아빠 역할에 대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69.06점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단, 부모교육을 받거나 배우자와 관계가 원만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별로 차이가 있었다.

부모교육을 받은 그룹(71.4점)과 배우자 관계에 만족을 보인 그룹(70.8점) 일수록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양육행태(5점 만점)와 관련해서는 '아이와 친밀하다'(3.92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아이를 잘 훈육하고 있다'는 3.18점으로, 자신의 훈육 방법에 대해 다소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3.60점), '아이 일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3.50점), '아이의 연령별 발달단계 및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다'(3.47점) 순으로 답했다.

본인의 양육을 5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양육 참여시간'(2.92점)과 '양육 참여 활동'(2.98점)에 대해 낮게 평가했다.

'배우자의 역할'은 3.21점, '아빠의 역할'은 3.23점, '가장(생계책임자)의 역할'은 3.55점이었다.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간 관련 지원'(44.6%), '비용 관련 지원'(42.9%)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또 응답자들은 출산과 동시에 한 달 육아휴직 의무화(91.4%), 육아 지원기관서비스(양육 상담 및 보건의료 상담 동시 제공)(90.4%)에 대한 제도적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국회포럼 1.4와 공동주최로 이런 결과를 담은 '아빠들이 말하는 육아 경험과 의미' 조사발표 및 토론회를 21일 국회의원회관(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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